조카의 교제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피해자 유족들이 1심에서 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는 12일 이 대표 조카의 살인사건 피해 유족 ㄱ씨가 이 대표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ㄱ씨 쪽은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조카 ㄴ씨는 2006년 5월 헤어지자고 말한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 숨진 여성의 아버지인 원고 ㄱ씨는 범행을 피해 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이 대표는 살인죄로 기소된 조카의 형사재판 1·2심 변론을 맡았는데, 이 재판에서 ‘조카가 충동 조절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형을 감경해달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카는 2007년 2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런 사실이 재조명되자, 이 대표는 2021년 11월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제 일가 중 일인(한 명)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ㄱ씨는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가족 살인사건을 두고 ‘데이트 폭력’이라고 주장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이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ㄱ씨 쪽은 “조카의 ‘일가족 살인’을 ‘데이트 폭력’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이로 인해 70대 중반의 ㄱ씨는 부인과 딸이 참혹하게 살해된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 났다.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 쪽은 “‘데이트폭력 중범죄’란 표현은 한때 연인 사이였던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특정한 유형의 폭력을 축약한 표현”이라며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되지 않는다. 명예훼손의 고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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