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한지 1년4개월 만의 일이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시민 수백명은 서초동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각기 “이재명 힘내라”와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10시22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수십명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한 쪽짜리 에이포(A4)용지를 들고 기자들에게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법치주의를 그리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다.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정적 제거를 위해서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현장이다”라며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동과 위례 사업에 관한 제 입장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담았다. 여러분께도 공개하겠다”며 “(그 내용을 보면)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지, 객관적 진실이 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동규·남욱 등이 불리한 진술을 하는데 어떻게 보나’ 등 기자들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청사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중앙지검 청사 6층에 있는 반부패수사3부로 먼저 향했다.
출석 무렵 본인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는 “검찰은 정치 아닌 수사를 해야 한다. 법과 질서 유지에 최고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검찰이 권력자의 정적 제거를 위해 조작 수사에 나서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검찰은 정치공작이 아닌 진실을 위한 공정수사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립성을 잃고 이미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진실과 사건 실체에 관심이 없다”며 “그러므로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할 수밖에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체감온도 영하 11도의 날씨지만 이른 오전부터 시민 수백명이 중앙지검 앞에 모여 이 대표 무죄와 구속을 각각 주장했다. 중앙지검 쪽 길에 자리잡은 민주시민촛불연대 등 시민 수백명은 ‘우리가 이재명이다. 표적수사 중단하라’, ‘정치검찰 타도하라’ 등 손팻말을 들고 “이재명 힘내라” “이재명을 지키는 것이 민주당을 지키는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8차선 반포대로 건너편 대검찰청 쪽 인도에 자리잡은 애국순찰팀 등 시민 수십명은 ‘뇌물 이재명 규탄’, ‘성남시장 이재명 구속하라’ 등 현수막을 걸고 “윤석열 정부 힘내라” “한동훈·강백신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 상황 등에 대비하게 위해 기동대 27개 중대, 2500여명을 중앙지검 주변에 배치했다. 청사 내부로는 검·경 관계자나 취재진 등 일부 인원 출입만 허용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3부(부장 강백신)는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배임 및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성남도시개발공사 확정이익을 제한하는 조항 등이 추가되는 과정에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최측근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거나 대장동 개발 이익을 나눠 가지려는 계획을 이 대표가 인지했거나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사업 과정에서 특정 민간업자와 유착돼 사업자로 인정한 다음, 민간업자들에게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게 해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시가 취득할 이익을 제대로 취득하지 않았다는 게 주요 혐의”라고 이 대표 혐의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 전 100여 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쪽은 30여쪽의 서면 진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나와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조사를 받을 때도 이 대표는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는 등 사실상 진술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도 같은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지청에서는 부장검사가 이 대표를 직접 조사했지만, 중앙지검은 부장검사가 조사할 예정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부부장검사급에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출석 직전까지 이 대표와 검찰은 출석 일정과 횟수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게 27일 또는 30일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이날 한 차례만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조사 분량이 많아 적어도 이 대표가 두 차례 출석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 대해 심야조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심야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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