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25)과 성남시청 빙상팀 소속 선수들이 소속팀 코치 채용과 관련해 입장을 냈다. 선수들이 직접 지도자 선발에 대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인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최근 안현수(빅토르 안)와 김선태 전 감독이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로 지원했다가 탈락했고, 성명이 나온 날 최종적으로 코치 발표가 예정돼있어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최민정, 이준서, 김건희, 김길리, 김다겸, 서범석 등 성남시청 쇼트트랙 선수들은 31일 오전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코치 채용에 대한 선수입장’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들은 글에서 “저희는 이번 코치 선발 과정이 외부의 영향력에 의한 선발이 아닌,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원자 중 코치, 감독 경력이 가장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나며 소통이 가능한 코치님이 오셔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성명에 관심이 쏠리는 건 무엇보다 안현수와 김선태 전 감독 때문이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때 중국대표팀 코치로 일한 안현수는 최근
성남시청 코치직에 지원했다. 베이징 대회 때 중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 전 감독도 함께였다. 다만 이들은 채용 과정에서 탈락해 코치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앞서 성남시청 관계자는 29일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기술, 소통 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했다”라며 “빙상계 여론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오는 시각도 평가에 반영됐다”고 말한 바 있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중국대표팀 코치 시절 안현수. 연합뉴스
최종 후보군을 추린 성남시청은 31일 코치 채용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채용 발표날 나온 성명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최민정은 이날 오전 게시글 내용을 수정해 “입장문은 지난 9일 성남시에 제출한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한 건) 최근 코치 선임을 둘러싸고 나오는 기사와 얘기들로 인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뒷전에 있고 사회적 이슈들이 주를 이뤄 선수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내놓은 입장은 최근 나왔던 ‘빙상지도자연맹’ 성명에 대한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빙상지도자연맹은 13일 “김선태는 심석희 선수의 폭행 및 성폭력 피해가 올림픽 직후 드러나며 빙상연맹으로부터 지도자 자격 정지 중징계를 받았고, 빅토르 안은 러시아 귀화 전 올림픽 금메달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갔다”며 두 사람을 채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성남시는 이날 공식 누리집을 통해 빙상 코치 합격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성남시는 향후 다시 코치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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