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에게서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21년 9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 기소된 관련 사건 가운데 첫 판결인데,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과 함께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8일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함께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남욱 변호사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5천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유죄로 판단해 곽 전 의원에게 벌금 800만원과 추징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남욱 변호사에게는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 퇴직금’이 의심스러운 돈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아들의 나이와 경력, 의료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된 건강상태, 화천대유에서의 직급과 담당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회통념상 (퇴직금이)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돈이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볼 여지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이 지급됐던 2021년 4월, 곽 전 의원은 국민의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사업자들의 유착관계 등 의혹을 제기할 권한이 있었다는 점에서 직무관련성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대리인으로서 금품 및 이익이나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50억원이라는 거액이 곽 전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들의 급여 수령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곽 전 의원에게 지급되거나 그를 위해 사용됐다고 볼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성인으로 결혼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해 온 아들에 대해 곽 전 의원이 법률상 부양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돈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성년에 이른 아들이 독립해 생계를 꾸린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첫 기소였던 곽 전 의원의 주요 혐의가 무죄로 판결되면서 검찰은 미진한 수사와 공소 유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초기에 더 철저하게 수사하지 못하고 너무 빨리 재판에 넘긴 듯하다. 재판부가 너무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검찰의 미진한 수사가 겹치면서 무죄 판결이 나온 듯하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판결문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무죄 판결로 곽 전 의원을 제외하고 사실상 중단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수사 동력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남은 ‘50억 클럽’ 사건을 향후 검찰이 더 신중히 살펴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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