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의 검찰 조사 내용을 몰래 들으면서 피해 진술을 번복시킨 뒤 무혐의를 받았던 20대 남성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해경)는 지난 3일 유사강간 및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ㄱ(27)씨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ㄱ씨는 2021년 5월경 유사강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피해자 ㄴ(22)씨에게 통화상태로 휴대전화를 소지하도록 하게 한 뒤 검찰 조사 내용을 몰래 들은 혐의를 받는다.
앞서 ㄱ씨는 2020년 3월께 피해자 ㄴ씨를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어 유사강간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ㄱ씨는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ㄴ씨의 휴대전화 통화를 연결한 상태에서 수사 내용을 들어가며 진술을 번복하라고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심리적 압박을 느낀 피해자는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고 ㄱ씨는 2021년 6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ㄱ씨가 유사강간과 다른 보복협박 등으로 구속 송치된 사건을 보완 수사하다가 ㄱ씨가 진술 번복을 종용했다는 단서를 확인해 재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ㄱ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검사실에서 피해조사를 받을 때 대화 내용이 그대로 녹음된 파일을 확보했다.
검찰은 “피해자를 통해 수사 기밀이 유출돼 사실관계가 왜곡된 사안을 바로잡았다”며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수사 보안과 증거 왜곡 방지에 더욱 치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