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비리’ 배우·스포츠 선수 등 47명 기소

배우 송덕호·프로배구 선수 조재성 등
병역 브로커 구아무개씨 6억3천만원 챙겨

게티이미지뱅크

프로 배구선수 조재성과 배우 송덕호 등 병역 브로커의 도움으로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은 뒤 병역을 회피한 병역면탈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9일 프로스포츠 선수와 배우 등 병역면탈자 42명과 이들을 도운 가족·지인 5명 등 모두 47명을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병역면탈자 42명은 ‘병역 브로커’ 구아무개씨(47)로부터 병역의무자 유형에 맞춘 ‘맞춤형’ 시나리오를 받아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한 뒤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거나 등급을 낮춘 혐의를 받는다. 구씨는 지난해 12월 뇌전증을 가짜로 꾸며내는 등 병역 면탈 방법을 알려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의뢰인들은 뇌전증 발작이 왔다며 119에 신고해 응급실에 실려 가고 동네 병·의원과 대학병원 등 3차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1∼2년에 걸쳐 뇌전증 환자라는 허위기록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뇌파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발작 등 임상 증상을 지속해서 호소하면 진단받을 수 있는 뇌전증의 특성을 악용했다.

브로커 구씨는 이들이 가짜 환자로 들통나지 않도록 병원 검사 전에 실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도록 하고 점검하기도 했다. 또한 서둘러 군 면제를 받아야 하는 의뢰인에게는 발작 등을 허위로 119에 신고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보냈다. 함께 기소된 가족과 지인들은 브로커와 직접 계약하고 대가를 지급하거나, 119 신고 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하는 등 병역 면탈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병역면탈자들은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브로커 구씨에게 300만∼6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구씨가 이들에게서 받은 돈은 6억3425만원에 달한다. 기소된 병역면탈자 중에는 프로축구·골프·배드민턴·승마·육상·조정 등 운동선수 8명과 배우 1명 등이 포함됐다.

한편, 병역면탈자들은 유죄가 확정되면 병역판정을 새로 받고 재입대해야 한다. 현행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으려고 속임수를 쓴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면탈행위가 드러나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먼저 처벌을 받고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박지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