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주범 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10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김 여사의 계좌 운용을 맡았던 1기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지만, 별도 사건으로 징역 2년과 벌금 5천만원을 선고받고 이날 법정구속됐다. 김 여사 쪽이 인연을 끊었다던 시기(2기) 주가조작을 주도한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 김아무개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2012년 12월까지 ‘주가조작 선수’와 ‘부티크’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증권사 직원과 주가조작 선수들도 함께 기소됐다. 권 전 회장은 2008년 말 도이치모터스 우회 상장 뒤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에게 주가 부양 요구를 받자 이같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통정매매·가장매매 등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2천원대 후반이었던 주가를 8천원까지 끌어 올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6일 결심 공판에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81억여원의 추징금 명령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권 전 회장은 “경영자로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널리 알린 게 화근이 돼 주가조작이라는 범죄에 휘말렸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1년여 공판 과정에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여러차례 드러나기도 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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