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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의 윤미향 혐의 부풀리기…법원은 상당수 “증거 불충분”

등록 2023-02-13 07:00수정 2023-02-13 14:39

‘8개 중 7개 무혐의’ 판결문 보니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 뒤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 뒤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이 윤미향 의원(무소속)에게 준사기 등 모두 8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지난 10일 7개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상 횡령도 검찰이 기소한 금액의 17%가량만 인정했다. 애초 검찰이 무리하게 혐의를 부풀려 윤 의원의 기소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서울서부지법의 관련 판결문을 보면, 우선 공소장에 등장한 치매에 관한 주관적 표현이 지적된다. 검찰이 윤 의원에게 준사기 혐의를 적용하며 든 근거는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치매였다. 서울서부지검은 공소장에서 “길 할머니가 치매로 인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 사리분별 능력이 떨어져,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윤 의원의 부탁이나 지시를 거절하지 못하고 본인이 하는 행동을 바로 잊어버리는 상태인 것을 알고 이를 이용했다”고 적었다. 길 할머니가 중증 치매로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단정 짓고, 윤 의원에게 준사기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중증 치매의 근거로 간이검사 결과를 들었다. 길 할머니가 2014년 한국형간이정신상태 검사(K-MMSE) 결과에서 19점을 받은 데 이어, 2018년 더욱 악화돼 17점을 받았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문병찬)는 “해당 검사는 간이 정신상태 검사로 환자의 인지기능을 간단히 알아보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며 심신장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치매 진단 이전부터 길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써왔으며, 기부 활동을 이어왔던 점 등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길 할머니의 기부로, 윤 의원이 개인적으로 이익도 없다”고 판단했다.

길 할머니 주치의도 사실조회 회신에서 해당 검사에 대해 “치매 진단을 위해 고안된 검사가 아니고, 반복적인 검사로 인한 오류 때문에 의사들은 검사 점수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변화 추세 정도만 참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왼쪽 둘째)와 이용수 할머니(맨 오른쪽)가 2019년 6월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터 앞에서 열린 제1392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코소보 내전 생존자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왼쪽 셋째)에게 제2회 김복동평화상을 전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왼쪽 둘째)와 이용수 할머니(맨 오른쪽)가 2019년 6월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터 앞에서 열린 제1392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코소보 내전 생존자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왼쪽 셋째)에게 제2회 김복동평화상을 전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은 또 윤 의원이 41억원가량의 기부금을 불법적으로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관할청에 모집·사용 계획서를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속 회원으로부터 정기적·일시적으로 지급받은 가입금, 회비 등은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검찰은 회원·비회원 기부금을 구분하지 않고 후원금 41억원을 범죄일람표에 넣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회원 가입 절차를 거친 후원자는 누구인지, 이들을 제외한 후원자로부터 모집한 금원이 얼마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 사실이 부실했다는 의미다.

심지어 이 혐의는 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과 거의 동일하다. 2016년 서부지검은 정대협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한 뒤 ‘혐의 없다’고 판단하며 “후원회원으로부터 모집한 후원금은 위 법률상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9년 1월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을 모금한 것을 두고도 기부금품법 위반이라고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시민사회장’까지 형사 처벌의 영역을 확장해 ‘시민사회장’ 문화를 위축시키고 그 의미와 가치를 훼손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용환 변호사(법무법인 고도)는 이날 <한겨레>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사에 반해 기부를 했는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 준사기 혐의로 기소한 것이 애초에 무리했다”고 말했다. 정의연 관계자도 “정의연뿐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기부해온 길 할머니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의 이익과 무관하게 치매 상태가 중한 할머니의 재산권이 침해된 부분이다. 중한 치매 상태를 고려해 가족이나 후견인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졌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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