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원(29)씨가 지난 10일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에게 보내기 위해 준비한 구호물품 상자. 김상원씨 제공
부산에 사는 자영업자 김상원(29)씨는 지난 10일 지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에 보낼 구호물품을 인천물류센터에 보냈다. 샴푸, 주방세정제, 휴지, 생리대, 텀블러, 보조배터리와 겨울 외투, 돗자리, 담요 등을 넣은뒤 제품 겉면에는 무슨 물품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영어로 적어놓았다. 완성된 구호물품 상자의 무게는 13㎏, 택배비만 1만2000원이 나왔다. 김씨는 “튀르키예가 많이 춥다던데 이재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면서 구호 물품을 골랐다”며 “온라인에서 누리꾼들이 구호물품을 뭘 보낼까 같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이재민을 돕기 위해 구호 물품을 보내는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어떤 구호 물품을 보내야하는지, 어떻게 보내는지 등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주한튀르키예대사관 영사과는 하루 평균 15∼20t의 구호물품이 인천 물류센터에서 터키 항공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에스엔에스(SNS)에 구호 물품을 보낸 후기를 적은 강소리(36)씨는 “새것과 비슷한 상태의 여성의류와 담요를 한 박스 보냈다”며 “돕는 행동은 전염성이 있다는 글을 보고 물품 지원을 독려하는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시민들의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아기 이유식을 단계별로 구비했다는 사연과 튀르키예어로 핫팩 사용 방법을 적어 첨부했다는 글 등이 공유되고 있다.
기부 열풍 속에서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지난 주말 사이 “현지 물류 대란 때문에 물품을 보내도 쓰레기로 불태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물품을 보내지 말라는 글이 온라인에 퍼진 것이다. 하지만 주한튀르키예대사관 쪽은 해당 글에 댓글을 달아 “잘못된 내용”이라며 “겨울용 텐트, 이불, 침낭, 발전기, 이동식 화장실”을 긴급하게 필요로하는 물품으로 꼽았다.
지난 12일 인천 중구의 물류센터 앞에 튀르키예로 보내는 구호물품 상자가 쌓여있다. 주한튀르키예대사관 에스엔에스(SNS) 갈무리
다만 대사관 쪽은 사용했던 물건 대신 새 제품을 기부받기로 결정했다. 열악한 현지 의료체계로 위생 문제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긴급한 만큼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물품은 보내도 무방하다. 대사관 관계자는 “겨울용 텐트나 이불, 히터, 침낭 등 긴급한 물품은 한두 번 사용했거나 사용감이 많지 않은 경우라면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튀르키예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 만큼 라면이나 스팸, 햄 등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구호물품에서 제외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즉석밥 같이 데워야 하는 음식보다는 참치캔과 같은 통조림 식품이나, 인스턴트 커피 등을 보내는 편이 좋다고 한다. 물에 젖기 쉬운 의류의 경우 비닐봉지로 한 번 감싼 뒤 포장하는 것이 좋지만, 대부분의 물품은 물류센터에서 검토한 후 다시 포장한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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