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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중대재해사건 오배당 손봤지만…“합의부로 법 바꿔야”

등록 2023-02-22 16:38수정 2023-02-23 02:46

한 공사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한 공사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해였던 2022년 한 해 동안 이 법이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11건 중 7건에 배당오류가 있었던 사실을 <한겨레>가 보도한 뒤, 법원이 뒤늦게 잘못을 모두 바로잡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각급 법원은 판사 3명이 심리하는 합의부로 배당해 오류가 있었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 6건을 판사 1명인 단독 재판부에서 심리하는 것으로 재배당 절차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배당오류 상태로 1심 선고를 앞둬 판결이 파기될 위기에 놓였던 ‘한국제강’ 사건은 예정됐던 공판기일을 취소하고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재정합의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이처럼 법원에서 무더기 배당오류가 발생한 원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에서 생겨난 ‘특례조항’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조직법은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사건은 합의부에서 심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유독 중대재해처벌법은 특례조항을 만들어 단독 재판부에서 심리하도록 했다. 사안을 중대하게 인식해 합의부에 배당한 법원들이, 오히려 배당오류를 일으킨 아이러니가 벌어진 셈이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특례조항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와 사법부 등이 법 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 산재사고의 구조를 단순하게 여겨 이런 특례규정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원·하청 지휘관계 등 복잡하고 첨예한 쟁점이 많다는 것이다. 노동 분야 사건 경험이 많은 손익찬 변호사는 “복잡한 원·하청 구조 속에서 사고 책임을 가려내는 과정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중대재해 사건을 단독 재판부로 배당하도록 한 법안은 국회와 사법부가 산재 사망사고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도 “단독 재판부에 배당하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구조를 비슷하게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단독 재판부에 배당되는 사건은 폭행·상해·도로교통법 상 운전 관련 법령 등 개인적 범죄가 많다.

뒤늦게나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들을 합의부에 배당해 꼼꼼히 심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노동자가 숨져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만덕건설 사건을 현행 법원조직법 조문에 따라 단독 재판부에 배당했다가 지난 9일 재정합의 절차를 거쳐 합의부로 재배당했다. 같은 법원에서 진행되던 한국제강 사건의 배당오류를 바로잡으면서, 만덕건설 사건도 일괄해서 합의부가 심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을 단독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한 현행 법원조직법은 산재 사망사고의 근절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안일한 법 설계로 보인다”며 “산재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 사회 전반의 경계심이 높아져야 하는 만큼, 국회와 법원 등 기관도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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