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취리히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인 최은순씨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처분을 끝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필요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래서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일체의 고려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직접 영업점에 전화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주식) 매매가 이뤄졌다고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거나 공모관계가 되는 건 아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실제 가담했는지 여부는 입증을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필요한 시점에 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이 김씨를 불러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항은 말씀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수사팀에서 진행된 서면조사로 조사는 끝난 것인가’, ‘장모 최은순씨에 대한 조사는 할 예정인가’ 등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는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현재 김 여사와 최씨는 해당 사건 피고발인으로서 피의자 신분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2단계 주가조작 시기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이뤄진 거래 상당수가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판결을 통해 최은순씨 계좌 역시 통정 가장매매에 이용됐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 등을 불러 조사하지 않고 2021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만 재판에 넘겼다. 한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여사) 서면 조사를 했다고 한다”며 “출석요구를 한 바는 없는데 소환을 위한 변호사와의 협의는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랑캐’ 등 발언에는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정상적인 법 집행 절차에 대한 원색적 표현”이라며 “형사사법 신뢰성을 갉아먹는 것으로 심히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 (이 대표) 말씀을 듣기 보다는 제시하는 증거와 혐의에 대해 법정에서 구체적 입장을 듣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를 겨냥해 “국경을 넘어서 오랑캐가 불법적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의 ‘대장동 수익’ 1270억원을 추가로 몰수·추징 청구해 최근 법원에서 인용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배당수익으로 취득한 부동산과 김씨 가족 명의 부동산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보전처분된 대장동 일당 재산은 모두 2070억 규모로 사업추진과정에서 지출한 비용 등을 제외한 상당부분 재산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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