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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순신 추천’ 윤희근 퇴진론 확산…“대통령 의중 읽고 검증 포기”

등록 2023-02-27 18:00수정 2023-02-27 22:19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단수 추천
“검증 의지도 없지 않았나” 내부 비판
윤희근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정 변호사를 단수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국 신설, 보복성 총경 인사 논란 등으로 불만이 누적된 데다, 수사권 조정 무력화 우려에도 검사 출신 인사 추천을 강행해놓고 이마저도 불명예를 안고 낙마하자 내부 비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윤 청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제가 추천권자로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퇴진론이 나오는데 거취를 고민하고 있냐’는 질문에 “고민은 늘 하고 있다”며 “우선 후임자 선정을 신속하게 진행해서 공백 우려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변호사 아들 학교폭력 문제를 인지했는데도 추천했냐’는 물음에는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인사 낙마와 관련해 추천권자로서 유감을 표하는 데 그치며 사퇴론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윤 청장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년 전 이미 보도된 내용을 추천자가 몰랐다는 건 검증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법무부 국수본부장은 경찰 인사추천심의위원회(심의위) 검증을 거쳐 경찰청장이 1명을 추천하면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 대통령의 임명 절차 등 걸쳐 인선 작업이 마무리된다. 경찰의 세평 검증도 대통령실에 보고된다. 내부의 반발에도 검찰 출신 인사를 단수 추천한 윤 청장이 인사 검증의 1차 책임자가 되는 구조다.

한 경찰 간부(총경)은 이날 <한겨레>에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경찰이 언론 보도에 나왔던 내용도 몰랐다는 건 떳떳하게 말할 일이 아니라 임명권자의 의중을 읽고 아예 검증을 포기했다는 말 아니냐”라며 “경찰의 치안 관련 부분이 국민의 안전이나 국익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데,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고 있고, 추천권조차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는 현 구조에서 윤 청장도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 변호사 추천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사전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 청장 퇴진론도 재확산하고 있다. 윤 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부터 이태원 참사 초동 대응 미흡,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총경 인사 보복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다른 경찰 간부(경감)는 “그동안 경찰이 지키려고 노력해온 독립성과 중립성 등의 가치가 경찰국 신설, 총경 인사에 이어 국수본부장 사태로 완전히 무너진 데 대해 경찰청장이 사퇴해 문제 해결을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직장경찰협의회(직협)도 전날 입장문을 내어 “윤 청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해 단수 추천했다. 그 판단 근거에 대해 조직 구성원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윤 청장이 헌법과 법률에 수호되고 있는 경찰의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면 더 이상 (청장) 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망에 올라온 이 글에 현장 경찰관들은 “조직이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소신 있게 말 한마디 못하는 무능한 경찰청장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용퇴해야 한다”, “20년을 근무하면서 지금과 같이 조직의 자존감과 분위기가 침체된 분위기는 처음 본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 내부에서 국수본부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산경찰청의 한 경찰관(경감)은 내부망에 “경찰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검찰 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은 오히려 시대 역행”이라며 “국가수사본부장이 검찰과 같은 방향으로 지휘·감독이 이뤄지면 경검이 하나 되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권 행사로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민의 권리보호는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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