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 발생한 코바나컨텐츠(코바나) 대가성 협찬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검찰 판단을 두고 법조계에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하는 등 증거를 확보하려는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증거불충분’ 결론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2일 전시회 협찬을 받았던 코바나 대표였던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및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함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10여곳 대기업들이 코바나가 주최한 전시회 협찬에 나섰는데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 2019년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윤 대통령 임기와 겹쳐 ‘뇌물성 협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코바나에 협찬한 기업과 코바나 자체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두차례 진행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증거불충분’ 판단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강제수사 없이 김 여사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증거불충분’으로 마무리했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의 배우자가 대표인 회사가 수사 대상인 일부 기업들에게 협찬을 받았다면 (뇌물죄 성립 요건인) 직무관련성을 인정 안 받기가 더 힘들다”며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하고 윤 대통령은 조사하지도 않았다. 무혐의 결론을 위해 불충분하게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고 정해진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 사안에 야당 쪽이 연루돼 있어도 검찰이 강제수사를 안 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부족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긴 ‘서면조사’로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는 윤 대통령 배우자라 경제적 공동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인 뇌물 수사라면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배우자를 강도 높게 조사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지 먼저 파악해봐야 한다”며 “이후 배우자인 공무원이 해당 사안을 알고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서면조사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추궁이라는 절차가 없는 이상 제대로 된 조사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금품 수수 의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에 대해 진행됐던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이번 사안의 반례로 떠오른다는 평가도 있다. 사안에 따른 ‘검찰의 잣대’가 요동친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강도 높게 진행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해당 사안을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 ‘기업이 인허가 편의를 위해 이 대표 쪽에 부정한 청탁을 한 뒤 성남에프시에 후원했다’는 의혹과 ‘기업들이 수사 편의를 위해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 여사 쪽에 부정한 청탁을 한 뒤 코바나에 협찬했다’는 의혹이 제3자 뇌물죄 구조로 흡사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2일 ‘성남에프시 사건과 비교해 설명해달라’는 기자들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대가성 등 부정한 청탁이 이 경우에는 없었다. 정상적 협찬에 따른 제공이라는 점이 확인돼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성남에프시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도 “적법한 계약에 따라 기업을 광고해주고 돈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김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를 ‘제3자’로 보기 어려워 제3자 뇌물죄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부정청탁’ 등 제3자 뇌물죄 요건을 따질 필요 없이 단순한 뇌물죄로 의율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기되는 의혹들에 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직무와 관련된 대가였는지 청탁 명목으로 금원을 수수했는지 모두 판단했다”며 “쟁점 별로 필요한 수사를 진행한 뒤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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