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직 고위 간부가 수사 무마를 빌미로 억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진정을 받고도 적극적인 수사나 감찰에 착수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월 해당 의혹에 대한 진정을 접수했던 경찰에 사건을 넘기라는 이첩요청권을 행사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28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된 ㄱ경무관 사건을 넘기라는 이첩요청권을 행사했다고 7일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3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동일 사건을 수사해오던 수사3부(부장 송창진)에 배당했다고 한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은 공수처 수사와 다른 수사기관 수사가 중복될 경우, 진행 정도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ㄱ경무관은 대우산업개발로부터 경찰 수사 무마를 명목으로 3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이 가운데 1억2천만원을 실제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앞서 ㄱ경무관의 집과 서울경찰청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며 이 사건 강제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반면, 경찰은 진정을 접수한 지난 1월 해당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1월18일 진정인으로부터 관련 제보를 받은 뒤 2월8일에야 사건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감찰이 진행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수처가 강제수사에 나설 때까지 ㄱ경무관은 서울경찰청에서 보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에 접수된 진정 사건을 배당한 뒤, 진정인 쪽에 접촉했더니 이미 공수처에 진술했기 때문에 진정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며 수사를 지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에 대우산업개발 압수수색에 참관한 ㄴ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의 징계를 요청했다. 대우산업개발과 자문을 맡은 이들이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지난달 진행된 대우산업개발 ㄷ회장 등의 압수수색에 참관했다는 것이다. 회사 쪽 대리인인 이들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ㄷ회장을 변호할 경우, 이해충돌 소지도 있다는 것이 공수처의 판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변호사법 및 변호사윤리장전 위반으로 수사 절차가 지연되고 수사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대한변협의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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