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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은정 “검찰정권 돼…찰떡같이 알아서 김건희 여사 무혐의”

등록 2023-03-11 09:00수정 2023-03-13 01:04

[한겨레S] 인터뷰
법무부 적격심사 마친 임은정 부장검사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8일 경북 경산시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의 두번째 검사적격심사를 통과한 임 검사는 “살아남아서 계속 가보겠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8일 경북 경산시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의 두번째 검사적격심사를 통과한 임 검사는 “살아남아서 계속 가보겠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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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피해자가 돼 당해보니 알겠더라고요. (피해자와) 공감한다는 게 뭔지.”

임은정(49)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의 목소리 톤은 높았다. 때마침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를 상대로 국내 재단이 피해 보상을 하도록 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앞선 ‘사법 피해자’들과 동병상련을 절감하는 듯했다.

임 검사에게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 논란은 자신이 검찰 지휘부의 백지 구형 지침에 반기를 들어 무죄 구형을 한 2012년 ‘윤길중 진보당 간사 재심 사건’의 경험과 같은 맥락 위에 놓여 있다. 그는 “그 아픔과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피해자가 왜 그렇게 ‘사과’를 받겠다고 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이해 못 할 수도 있다”며 “당시 무죄 구형을 한 것으로 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중에 너무 미안한 적이 있다”고 했다. 임 검사는 “(무죄 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징계 취소소송 승소 뒤, 검찰 지휘부로부터 사과를 받기는커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너무 화가 나 어찌할 바를 몰랐다”며 “하물며 강제동원 피해자는, 재심 사건 당사자는, 어땠겠느냐. 잡혀가던 날 아침과 다르지 않은 하루에 얼마나 좌절했겠느냐”고 말했다.

8일 경북 경산시 한 카페에서 임 검사를 만났다. 그는 지난 2일 법무부 검사적격심사위원회(심사위) 심사를 통과했다. 검찰 내부의 곪았던 부분을 외부에 드러냈다는 등의 이유로 법무부가 임 검사를 지난해 5월께 ‘부적격 검사’로 퇴출시킬 수 있는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했으니 열달 동안 속앓이를 한 셈이다.

검사는 7년마다 적격심사를 받는다. 심사위는 법무부 장관이 위촉하는 사람 2명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4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지 않은 이유는 ‘심사위원 정족수 미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는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살아 돌아왔습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2016년 1차 적격심사 때 이미 생존 기술을 익혔으니) 탈락하면 소송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며 “정년이 목표”라고 말했다.

“4만2천명 탄원에 ​감사함이 먼저”

―출석하는 날, 단단히 준비한 것처럼 보였어요.

“10년 전 (백지 구형 지침 위반을 이유로 한) 징계위원회에서는 ‘시간 없으니 짧게 말하라’는 말만으로도 겁이 나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말을 제대로 못 했었죠.(웃음) 이번에는 심사 절차에 들어가기 전 미리 특별대리인단도 꾸리고 탄원서도 받았어요.” (1차 적격심사 당시 10부가 되지 않던 탄원서는 7년 만에 4만2천부로 늘어났다.)

―포토라인에서 발언은 작심하신 듯했어요.

“성접대 논란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켰던 분들도 법무부 차관 등을 하는데, 정작 검찰 고위직들의 문제를 지적했던 사람이 이렇게 심층 심사에 회부되는 게 맞느냐, 라는 말들, 사실 너무 하고 싶었던 말들이라….”

―심사 통과가 된 뒤로 어떤 말이 가슴에 남아 있나요.

“감사하다는 생각밖에요. 2016년 심사 통과 때 2023년에는 내 발로 나가겠다고 생각했죠. 그 기간 동안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힘들 때마다 ‘작은 승전보’들이 들려오고, 그 속에서 견디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죠. 이번엔 심사를 받으러 가는 길이 조금 달랐어요. 이전에는 떠밀려 들어가는 상황 자체가 너무 무서웠는데, 이번엔 적대감과 증오의 바다에 발을 딛는 순간 마른땅이 드러나는 느낌이랄까요. 심사에 들어가서는 광주 인화원 내부고발로 해직교사가 된 전응섭 선생님이 ‘국민은 정순신 같은 검사가 아니라 임은정 같은 검사를 원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죠.”

―심사위에서도 언급됐지만,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지명자 사태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듯합니다.

“낯설지는 않았어요. 검찰 안에서 봐왔던 것이니까요. (정순신 전 지명자처럼) 철제 책상 너머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 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난 것이죠. 비극이지만 지금이라도 드러났으니 또 다른 희망을 가져요. 그런 이유로 저도 내부고발을 해온 것이니까요. 세상에 드러나면 결국 고쳐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져도 누구도 사과는 하지 않습니다.

“이번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문제도 그렇잖아요.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감할 능력이 없는 거예요. 그저 피아 식별이 확실하고, 숙제가 주어지면 그걸 사냥감처럼 해치우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니까요. 중요한 건 ‘계산’이죠. 그마저도, 고장난 공정이라는 저울로 마음대로 계산하면서, 한쪽에 역사적 고통과 그에 따른 사명이 올라가 있는데도, 한쪽에 경제나 조직 논리를 올리고는 ‘내가 옳다’라고 하는 거죠. 수십년 동안 배상을 거부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것이죠.”

―2일에는 검찰이 대가성 협찬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어요.

“사람 안 변한다니까요. (대선 전부터) 당연히 그리될 줄 알았고, 누차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려왔잖아요. ‘내가 말 안 해도 알아서 해. 알지?’ 가이드라인을 멀리서 쳐주면 찰떡같이 알아서 하니까요. 예전에는 기득권끼리의 연합 형태였다면 지금은 아예 검찰 정권이 돼버렸으니. 이런 성향이 상당 부분 극대화됐다고 봐야죠.”

살아남아서, 계속 가보겠습니다

―이젠 휴식이 필요하지 않나요.

“제가 바다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가 나온 학교가 부산 복병산 자락에 있는데 어느 날 무심코 바라본 햇살이 일렁이는 은빛 바다, 그리고 울산지검에 있을 시절에 포항, 울진 앞바다까지…. 지난 10년, 내부고발을 시작하고 고발장, 의견서 쓸 때도 위로가 됐어요. 그러고 보니 적격심사 2주 전쯤에도 한번 다녀왔네요.”

그는 여전히 물러섬 없다. 우선 법무부가 2012년 제정한 ‘집중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 지침’에 따라, 임 검사를 이른바 ‘검사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봉기)는 법무부가 임 검사를 ‘집중관리 대상 검사’로 지정한 뒤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집중감찰을 한 행위는 불법이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1월 항소했다.

임 검사는 현재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도 받고 있다. 2021년 3월 임 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탓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증인들을 상대로 모해위증 교사를 했다는 내용이 대검 지휘부에 보고됐지만,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등이 오히려 이를 반려한 뒤 관련자들의 불입건 의견을 낸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게 문제가 됐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끝까지 살아남아서 계속 가보겠습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대구/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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