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1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혼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단체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와 미혼부 출생신고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제한’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에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와 ‘외국인 아동 신분등록제 개선’을 제도적 보완책으로 제시한 보충의견이 나왔다.
30일 헌재 결정문을 보면, 이은애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내고 “우리나라는 아동의 출생신고 의무를 일차적으로 부모에게만 부담시켜 자발적 신고가 없으면 아동의 출생을 국가가 인지하기 어렵다”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출생신고 책임을 의료기관(미국, 캐나다 등) 혹은 의료기관과 부모 모두(독일, 이탈리아 등)에 부여한다는 점을 그 사례로 들었다. 특히 영국은 아동이 출생하며 병원의 등록시스템을 통해 출생사실이 국가기관에 통보돼 아동의 정보가 체계적으로 수집·관리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출생사실을 통보하면 미혼모 등이 병원 출산을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서, 이 재판관은 “익명으로 출산하기 원할 경우 안전하게 출산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미혼모 등과 출생 아동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확대하는 등 의료기관의 출생신고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보완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외국인 아동을 위해 신분등록제를 바꿔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재판관은 “우리나라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아동은 출생등록이 불가능하다”며 “외국 국적 또는 무국적 아동에게도 합법적 체류자격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의 혼외자녀는 출생에 의한 대한민국 국적취득이 불가능하다. 엄마의 본국에 출생등록한 뒤 아빠의 인지 절차를 거쳐 국적취득을 해야 가족관계등록부를 등록할 수 있다.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경우 본국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만일 본국에 신분등록을 하기 어려운 상황(난민인정자, 불법체류자 등)인데 자녀가 출산하면 그 자녀는 부모의 본국과 대한민국 모두에서 신분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재판관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등록 체류사실이 출생등록에 저해가 되거나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장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외국인 부모가 출생등록 절차에 쉽게 접근하도록 제도적·현실적 여건도 함께 갖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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