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지난해 12월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핼러윈 축제 위험 분석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는 경찰 간부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삭제 지시를 받았다는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3일 오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 정보과 직원 ㄱ씨(경위)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직후 ㄱ씨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자료 파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를 받는다.
박 전 부장 쪽은 기밀 보고서인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을 삭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부인했다. 이밖에 3건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부장 쪽은 “1건의 보고서는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고, 3건의 보고서는 삭제를 지시한 사실은 없고 제출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반면 김 전 과장 쪽은 “박 전 부장으로부터 카카오톡과 전화로 반복적인 (삭제) 지시를 받았고, 박 전 부장이 관련 규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해서 위법한 명령이라고는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전 과장 쪽이 <한겨레>에 전달한 의견서를 보면,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는 이미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증거가 제출된 이후 피시(PC)에 남아 있던 자료가 삭제된 것이므로 증거인멸 행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나머지 파일의 경우 피고인에게 증거인멸교사의 고의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ㄱ씨 쪽은 “더 검토가 필요한데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면서 “확정적 고의에 이르지 않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했기 때문에 위법성이 낮게 평가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의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전 부장 등은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4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된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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