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번 주 안에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을 불러 조사한 뒤,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을 이어 조사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앞서 용산서 정보과는 핼러윈 기간 전인 지난달 26일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이 보고서를 용산서 정보과장이 삭제하도록 지시·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용산서 정보과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특수본에 입건됐다.
박 부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 용산서 정보과장 등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정보과장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압수수색과 감찰에 대비해 정보 보고서를 규정대로 일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서 정보과장은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최근 박 부장을 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청은 이날 박 부장을 경찰청 경무담당관실로 대기발령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 부장에 대한 수사 의뢰가 들어오는 등으로 박 부장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보고서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한 객관적인 자료를 저희가 확보했다”며 “다만 아직 관련자들의 진술이 달라 피의자 조사를 시작하기 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지난 11일 숨진 정아무개 용산서 정보계장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행안부 경찰국 등에 대해서는 아직 법리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사고 상황 조처에 대해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서 정부조직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어느정도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확인돼야 구체적 법리검토가 가능하다. 수사를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되면 법리검토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지난 주말동안 용산구청 문화체육과 직원을 불러 핼러윈 축제 직전에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 대비계획을 확인하고, 참사 당일 출동한 용산소방서 직원을 상대로 사고 당시의 현장 조처, 서울교통공사 관제팀장을 조사해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번 주부터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의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피의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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