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고 윤승주 일병 사인 조작 진실 규명 진정 제기 기자회견에서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군 복무 중 선임병들의 구타·가혹 행위로 사망한 고 윤승주 일병의 유가족이 군의 사인 조작 은폐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군인권센터와 윤 일병 유가족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들은 처벌됐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윤 일병의 사인을 조작하고 사건을 은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군인권보호관이 사건을 조사해 사망 원인 은폐, 조작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밝혔다.
윤 일병은 2014년 4월7일 당시 이아무개 병장 등 선임병들의 집단폭행으로 숨졌다. 당초 군은 윤 일병의 사인으로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우발적 폭행을 당해 질식했다는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규정했다. 군 검찰은 가해자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윤 일병 사망하기 전에 가해자들이 한 달간 잠도 재우지 않고 폭행하는 등 가혹 행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자, 군 검찰은 뒤늦게 이들의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대법원은 2016년 주범 이씨에게 징역 40년을,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세 사람에게 징역 5~7년을 확정했다.
이후 유가족은 2018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군사망진상위)에 진정을 냈는데, 약 5년 만인 지난 2월6일 군사망진상위는 ‘군의 사인 조작, 은폐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가족의 이의신청으로 군사망진상위는 3월27일 재조사를 의결한 바 있다. 윤 일병 사건 이후 군 인권 문제를 전담할 독립적인 기구인 인권위 ‘군인권보호관’도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이날 “내일은 승주가 떠나고 9년째 되는 날이다. 9년이 다 되도록 아직 소송이며 진정을 제기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화가 난다”며 “누가 왜 승주의 죽음을 은폐하고 사인을 조작하려 했는지 알아야겠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도 “군인권보호관은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탄생한 제도”라며 “군사망진상위가 밝히지 않은 진실을 어떻게 규명해나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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