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제67회 ‘신문의 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7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이 더욱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제67회 ‘신문의 날’입니다. 4월 7일은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된 날로, 이 날을 1957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신문의 날로 정했습니다.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기 위해 신문 단체가 중심이 되어 해마다 기념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영원한 언론인으로서, 올해 신문의 날을 맞는 우리의 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합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다 보니 시민들은 걸핏하면 기자를 ‘기레기’·‘기더기’라고 조롱합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의 작심한 길들이기로 언론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빠졌습니다. 땅바닥이 끝인 줄 알았는데, 바닥마저 갈라져 땅속으로 한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의 참담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단면으로 두 가지 사례를 꼽겠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보도, 그리고 윤미향 의원 관련 보도입니다.
지난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정부는 일제하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른바 ‘제3자 변제’-일본의 요구를 100% 받아들인, 굴욕스럽고 반민족적인 내용입니다. 더욱이 법과 조약에 관한 한 최고의 해석 권한과 집행력을 지닌 대법원의 판결을,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부정했습니다. 위헌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조치입니다.
무엇보다 이 방안은 반인권적입니다. 30년 가까이 한일 두 나라에서 힘겨운 재판 투쟁을 통해 쟁취한 피해자의 권리를 정부가, 보호하기는커녕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신문들은 윤 정부의 이런 조치를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니 ‘한일 새 시대의 개막’이니 하며 호도했습니다.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을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앞장서 비판해야 할 정부의 억지 주장을 신문이 대변한 겁니다. 객관적인 사실조차 외면하는 이런 보도는 ‘언론이길 포기한 신문’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미향 의원 관련 보도는 우리 언론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바로 검찰 발 받아쓰기와 반성하지 않는 오만입니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신문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흘려주는 정보를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받아썼습니다. 인격 살해나 다름없는 보도로 평생 일본 ‘성노예 할머니’를 위해 헌신해온 윤 의원을 악마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 윤 의원은 사실상 검찰이 기소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어쩌면 받아쓰기 악습으로 ‘마녀사냥’식 보도를 되풀이해 온 한국 언론에 대한 유죄 선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결과 다른 이런 보도에 대해 인권을 중시한다는 진보 언론을 포함해 단 하나의 신문도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 <아사히신문> 같은 해외의 권위 있는 언론 같으면 달랐을 겁니다. 오보를 되짚어보고 반성하는 검증 보도와 더불어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했을 겁니다.
우리는 신문의 날을 맞아, 언론의 자유를 ‘언론사주의 자유’ ‘언론인의 자유’로 착각한 채 ‘사회의 목탁’과 ‘소금’의 역할을 저버린 언론에 한 목소리로 자성을 촉구합니다. 땅에 떨어진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 긴급히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1. 대통령실과 검찰 등 권력기관의 발표를 익명으로 받아쓰는 보도를 당장 중단하라.
2. 받아쓰기의 폐해가 극심한 검찰 기자실을 폐쇄하고, 법조기자단을 해체하라.
3. 잘못된 보도에 대해 철저한 사후 검증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
4. 사주나 권력·자본과 한몸이 돼 기득권층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반민족·반서민·반민주적 보도를 즉각 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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