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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범죄 억제 효과 의문”…사형 선고·집행 줄어든다

등록 2023-04-08 10:00수정 2023-04-08 16:47

[‘용서와 응보’ 사형제 논란] 사형 확정판결 8년 전 마지막
2010년 3월24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하는 종교시민인권학술단체 기자회견’에서 장유식 변호사가 올바른 형사정책의 방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0년 3월24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하는 종교시민인권학술단체 기자회견’에서 장유식 변호사가 올바른 형사정책의 방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에서 군 사형수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 사형이 확정된 사건은 ‘전 여자친구 부모 살해 사건’의 범인 장아무개(33)씨다. 장씨는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일로 피해자 부모에게 꾸지람을 듣자, 2014년 5월 배관공으로 위장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부모를 살해하고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건물 밖으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장씨는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일관되게 사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2015년 8월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의심이 들고, 극형을 내릴 타당한 사정이 있다”며 장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군 사형수 중에서는 2014년 6월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아무개(31)씨가 2016년 2월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군 교도소에 수감돼있다.

이후에도 사회를 뒤흔든 강력범죄 사건이 종종 일어나지만 사형 확정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1심에서는 사형을 선고하나,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는 사례가 많다. 최근 5년간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사례는 중학생 딸의 친구를 강제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41)씨(1심 2018년 9월), 같은 아파트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진주아파트 방화 살인’ 안인득(46)씨(2019년 11월), 알고 지내던 여성을 살해하고 주검 유기를 도운 공범도 살해한 권재찬(54)씨(2022년 6월) 등이 있었다. 이씨와 안씨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권씨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교도소 안에서 동료 재소자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무기수에게 지난 1월26일 대전고법이 사형을 선고했는데, 이는 2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유일한 사례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형 판결 건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현재 사형수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군 사형수를 제외한 일반 사형수 55명 중 16명은 1993~1999년에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36명은 2000~2009년에 사형이 확정됐고, 2010년 이후 사형 확정자는 3명에 불과하다. 사형집행은 1997년 12월30일 지존파 등 23명을 마지막으로 25년 넘게 없었다. 국제사회는 2007년부터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바라보고 있다.

갈수록 사형 선고·집행이 줄어드는 이유를 1990~2000년대 범죄가 더 흉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사망자 숫자만으로 범죄의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1993~2009년 사형 확정자 52명 중 사망 피해자가 3명 이하인 사건은 39건으로 75%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명 피해가 컸던 ‘묻지마 살인’ 사건에도 무기징역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많다. 2018년 1월 성매매 요구를 거절당한 데 앙심을 품고 여관에 불을 질러 7명을 숨지게 한 ‘종로 여관참사’ 범인 유아무개(57)씨나 2019년 4월 5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안인득씨 모두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란 한국의 특수성과 법관들의 인식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맞물려 사형 선고가 줄어들었다고 본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사형 선고를 해도 집행을 안 하고 있는 데다, 존폐여부 논란이 있기에 사형 선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다. 징역 30~40년이나 무기징역 대신 왜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법관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과 법률가가 늘고, 법관 사이에서도 사형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위하효과)가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사형 선고·집행이 줄어드는 이유다. 헌법재판소가 사형제의 범죄억지력을 판단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지정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7월 헌재에 낸 의견서를 보면, 한국보다 사형제에 대한 연구가 오랜 시간 이뤄진 미국에서도 사형제가 범죄 억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때문에 고 교수는 “사형제가 억지력을 발휘하는지를 일의적(하나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 법무부 쪽 참고인으로 지난 7월 헌재 공개변론에 나온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응보적 정의감이 깨졌을 때 나타날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사형제 존치를 주장했지만, 사형제 효과에 대해서는 “범죄억지력, 즉 일반예방적 효과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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