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아무개씨 등 3명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재력가 유아무개씨가 구속됐다. 유씨와 함께 ‘윗선’으로 지목된 유씨 부인 황아무개씨도 경찰에 붙잡혔다. 이로써 살인을 교사한 이들의 신병까지 확보한 경찰은 9일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입건된 유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8일 아침 8시18분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유씨 부인 황아무개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간 범행을 부인했던 주범 이경우(36)씨가 범행을 자백해, 범행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이경우씨를 통해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황대환(36)씨와 연지호(30)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도록 교사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2021년 이씨에게 4000만원을 건넸고, 이씨는 범행 직후부터 체포되기 전까지 두 차례 만나 6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이씨에게 2021년에 건넨 돈은 납치·살인 착수금, 범행 직후 이씨가 추가로 요구한 돈은 성공 보수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ㄱ씨를 납치·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연지호(30)·황대한(36)씨가 “윗선인 유아무개·황아무개씨 부부로부터 이씨가 착수금 4천만원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 5일 유씨를 체포했다.
유씨 부부는 피해자 ㄱ씨와 과거 이들이 함께 투자한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부터 수수료 배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ㄱ씨는 사망 직전까지 유씨 부부가 시세조종 등을 통해 피해자가 투자한 퓨리에버 코인 가격이 하락했다며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유씨 부부에 대한 고소를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가 ㄱ씨에 대해 원한을 갖고 범행을 사주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지난 3일 구속된 이씨, 황씨, 연씨는 3월29일 밤 11시46분께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집으로 들어가던 40대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하고, 다음 날 대전 대청댐 근처 야산에 주검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을 9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