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난민인권센터가 난민 신청자들의 면접 녹화 영상을 공개해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난민심사관에 의해 난민 조서가 허위 작성된 사실이 드러난 뒤 2018년부터 모든 면접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있다.
난민인권센터는 이달 초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 ㄱ씨를 대리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서울출입국·외국인청의 법률상 대표)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20일 밝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정보공개는 ‘공공기관이 정보를 열람하거나 사본 복제물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종교적 박해 등을 이유로 난민 지위를 신청한 ㄱ씨는 2021년 11월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난민면접실에서 면접을 봤다. 2022년 7월 난민 불인정 판정을 받은 ㄱ씨는 언어가 달라 면접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기 위해 난민 면접 녹화 영상 공개(복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통역인의 신체정보, 초상, 말투나 억양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난민 면접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ㄱ씨가 난민 면접 과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 2017년 난민심사관과 통역사에 의해 난민신청 면접조서가 허위로 꾸며진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민인권센터가 조사해 발표한 피해사례를 보면, 아랍어권 국가 출신의 난민 면접 조서에는 “일을 하고 돈을 벌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당사자들은 해당 발언을 한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당시 허위 조서가 꾸며진 사실을 확인한 법무부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7월 사이 아랍어로 면접을 보고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재심 기회를 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 개정을 통해 난민 면접 녹음·녹화 파일 등 생성자료의 열람과 복사를 보장하고, 난민심사 인력에 대한 훈련과정과 평가제도를 마련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법무부는 면접 과정을 녹음·녹화하고, 난민 통역의 품질을 높이는 등 심사의 정확성을 확보하겠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와 달리 난민 신청자들은 녹음·녹화된 기록을 사실상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난민인권센터가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한해 난민 면접 영상 녹화 열람 건수는 2건(전체 6088건)에 불과했다. 정부는 영상 복사를 허락할 수는 없으나 출입국·외국인청을 방문해 열람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난민 인권단체들은 통역인과 변호사 등 여러명의 조력자가 난민 신청자와 함께 영상 녹화 기록을 확인하고 검토해야 하므로 복제와 공개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대리하는 사단법인 두루 이한재 변호사는 “통역인의 개인정보가 문제라면 이를 제외하고 일부라도 공개해야 한다”며 “밀실 속에서 이뤄지는 난민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하기 위해 면접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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