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10대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 학생이 숨지기 전까지 함께 있던 남성에 대해 자살방조죄로 입건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6일 10대 여학생 ㄱ양이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층 건물 옥상에서 숨지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20대 남성 ㄴ씨에 대해 자살방조죄를 적용해 입건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남성이 함께 건물에 올라가지 않았으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을 토대로 해당 남성이 숨진 여학생과 나눈 대화 등을 확인하고, 법리 검토를 한 결과 자살방조 혐의가 확인돼 조만간 입건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살방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리라는 점을 알고, 이를 돕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흉기와 같은 자살 도구를 빌려주는 적극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독려 등도 포함된다. 경찰은 ㄴ씨가 먼저 우울증 갤러리에 ‘동반 투신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ㄱ양을 만나는 등 투신 직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방조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살방조죄는 물질적 방조 뿐만 아니라 정신적 방조만으로도 범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 행위에 대해서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 나타난다면 처벌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형법상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해 극단 선택에 이르게 하는 자살교사·방조죄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앞서 ㄴ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에서 ㄱ양을 만나 동반 자살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ㄱ양이 숨진 뒤, ㄴ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죽기 전 맛있는 고기를 먹고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도 풀고 카페에 가서 서로 힘든 점을 나누고, 제가 찾은 건물에서 같이 뛸 계획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ㄴ씨는 “(그러나) 같이 뛰는 게 싫어져 일단 피시방에 가서 생각해보자고 하고 이동했다”며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 빠져나왔다”고도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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