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박경섭 부장검사)는 2020년 방통위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티브이조선>의 점수를 일부러 감점하는 데 개입한 혐의(위계공무집행 방해 등)로 한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여권으로부터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부터 방통위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2020년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때 ‘공정성’ 점수를 처음 매긴 점수보다 더 낮게 수정했고, 이 과정에서 범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심사 과정에서 <티브이조선>은 공정성 평가 점수 미달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은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9월부터 수사를 벌여 당시 심사위원장과 방통위 국장, 과장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하며 한 위원장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의로 감점하는 데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인 한 위원장의 점수 조작 지시 여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경섭)는 2일 한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감사원으로부터 방통위가 2020년 <티브이조선> 재승인 과정에서 고의로 심사 점수를 낮게 수정했다는 정황이 담긴 감사자료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여만이다. 이날 평가점수를 사후조작했다는 의심을 받는 심사위원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방통위 간부들로부터 평가점수 누설 및 점수조작 사실을 수차례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했다고 봤다. 당시 <티브이조선>은 총점 653.3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650점)을 넘겼지만 ‘공적책임·공정성’ 항목에서 기준점(105점)에 미달한 104.15점을 받아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앞서 검찰은 당시 방송정책 부서에 근무하던 국·과장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아무개 교수에게 <티브이조선> 최종평가점수를 알려주면서 점수 조작을 공모했다고 보고, 이들 3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양아무개 전 방송정책국장으로부터 최종평가점수를 보고받은 뒤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부하직원들이 한 위원장의 의사에 따라 <티브이조선> 평가점수 조작을 진행했다고 봤다. 검찰은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한 취재요청에 ‘방통위가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음’이라는 보도설명자료를 냈다는 점 역시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재승인 심사 점수 수정을 직접 지시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앞서 한 위원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도 점수조작 지시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모든 힘을 다하여 제 개인의 무고함 뿐만 아니라 참기 어려운 고초를 겪고 있는 방통위 전체 직원들의 무고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