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주는 피의자 2명(왼쪽)과 이들이 나눠준 마약 음료수(오른쪽). 강남경찰서 제공.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수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중국에 체류 중인 ‘윗선’ 공범 3명 수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3년간 중국으로부터 송환율이 30%대에 그친 데다가 최근 경색된 중국과의 외교 상황까지 고려하면 강제송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는 지난달 마약 음료 사건과 관련한 실무출장단을 중국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을 중국 공안에 건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20일 중국 공안부장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친서를 전달했지만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경찰청은 지휘부 방중도 검토했지만 실제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청장은 전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친서에 대한 중국 공안의 답을 받았냐’는 질문에 “원론적으로는 협조하겠다고 하는데 문제는 중국 국적 총책 2명이다. 한국 경찰이 가서 잡을 수도 없고 중국 공안이 잡더라도 너희(한국)가 데려가 처벌하라고는 안 한다. 이런 공조는 대부분 중국 공안이 체포를 해서 자기 나라 법으로 처벌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마약은 중국 처벌이 더 중한 것을 감안해 고위급 (차원 공조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외교하고도 연관되기 때문에 신속한 진행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3년간 경찰이 강제송환을 요청한 국가 가운데 중국이 가장 많았지만, 송환율은 30%에 불과했다. 2020년부터 최근 3년 동안 경찰의 해외도피사범 강제송환 요청(2445명) 가운데 34%(827건)가 중국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송환이 이뤄진 범죄자는 251명으로 송환율은 30%에 그쳤다. 태국 63%(172명 요청·110명 송환), 필리핀 58%(427명 요청·250명 송환), 베트남 56%(214명 요청·120명 송환), 캄보디아 46%(113명 요청·52명 송환) 등에 크게 못 미친다.
마약사범만 봐도 중국으로 도피한 사범이 가장 많았다.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해외로 도피한 한국인 마약사범 미검거자는 218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138명이 인터폴에 적색 수배됐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2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40명), 태국(34명), 필리핀(30명) 등 순서다. 이번 사건 총책 이아무개(25)씨도 한국에 머무르다 이번 범행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원래도 공조가 쉽지 않은데, 경색되는 중국과의 외교 상황이 수사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과 ‘한 명 넘겨주면 한 명 받는’ 식으로 공조가 이뤄지다 보니 외교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외교 상황이 치안 분야 공조까지 곧바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공안에 우리 수사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결국 중국 공안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 음료수 사건과 관련한 피의자 7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 중국에 체류 중인 마약 음료 피싱 조직원 2명과 마약 유통 조직원 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이중 보이스피싱 조직원 한국인 이씨에 대해서는 외교부를 통해 여권 무효화 조처를 완료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