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강남 마약음료’ 100병 중 35병만 회수…학교들은 전수조사중

등록 2023-04-07 17:41수정 2023-04-08 01:19

피해자 더 나올 수도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주는 피의자 2명(왼쪽)과 이들이 나눠준 마약 음료수(오른쪽). 강남경찰서 제공.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주는 피의자 2명(왼쪽)과 이들이 나눠준 마약 음료수(오른쪽).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 강남구 학원가 ‘마약 음료수 사건’으로 인근 대치동 일대 학교들이 피해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시음을 강요하고 설문지를 쓰라 했다” 등의 증언이 나와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약 음료는 준비된 100병 중 30여병만 회수된 가운데 현재까지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는 7명(6건)이다.

6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인근 고등학교 김아무개(17)군은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메가 에이디에이치디(ADHD)’를 길거리에서 받았다고 하는 학생들 수가 좀 되는 것 같다. 그중 (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한두명 정도인 걸로 안다”며 “몸은 괜찮은데 친구들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정아무개(18)군 역시 “친구가 대치역 앞 행사하는데 ‘(음료를) 먹어보라’, ‘설문지 쓰라’ 강요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는 신아무개(16)군은 “학교에서 2명이 음료를 받았는데, 2명 중 1명은 음료를 받긴 했지만 마시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원 근처에서 ‘머리 맑아지는 약’과 같은 건강기능식품 행사가 잦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등학교 3학년 임아무개(18)군은 “학원 가는 길목에 정장 빼입은 아저씨들이 에너지드링크라고 하면서 음료 나눠준 적이 있다”며 “한달 전쯤에 받아서 먹은 기억이 있는데, 음료에 마약을 넣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학생들에게 건네기 위해 최초로 준비된 마약음료가 100병이고, 이중 35병은 회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일부는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음료가 추가로 건너갔을 가능성도 있어 조사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마약음료를 섭취한 피해자는 7명인데 이중 1명은 피해 학생의 어머니로 자녀와 같은 병에 든 음료를 나눠마셨다고 경찰은 전했다.

마약 음료 사건 이후 경찰과 대치동 일대 학교들은 피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휘문고와 진선여고 등은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추가 피해 사례를 전수조사했으나 현재까지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피해 받은 이야기는 나오는데, 신고하면 이후 절차가 복잡할까 봐 넘어가는 분위기도 있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교육부, 학교 등은 학생들이 ‘마약 음료’를 마셨더라도 알고 마신 게 아니기 때문에 ‘사기 기망에 의한 피해자’로 처벌받지 않는다며 협박 등을 당했을 경우 112에 신고하라고 알리고 있다.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압수한 마약 등을 공개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지난해 9월부터 마약류 밀수·유통 사범을 직접 수사해 총 29명을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압수한 마약 등을 공개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지난해 9월부터 마약류 밀수·유통 사범을 직접 수사해 총 29명을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연합뉴스

경찰은 사건이 알려진 뒤 전국적으로 ‘술이나 음료 등에 몰래 마약을 탄 것 같다’는 신고가 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이게 마약 음료가 맞느냐’는 식의 유사 신고가 전국적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 추가 피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들이 마약 음료를 마셨어도 중독 위험은 낮지만, 뇌 발달 영향 등 일반 성인보다 훨씬 민감한 만큼 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신찬영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소년기는 뇌 발달이 계속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성인보다 훨씬 마약 영향에 민감하다”고 밝혔다.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도 “한번 음료를 마셨다고 해서 바로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음료가 아닌 사탕 등 마약 성분이 포함된 다른 형태의 음식물이 청소년 마약 범죄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재차 ‘마약 사범 엄단’을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와 서울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마약수사 실무협의체’를 열고 실시간 정보 공유, 신속 검거 방안, 유사사건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서울경찰청은 수사차장을 단장으로 ‘마약 범죄 집중 수사 추진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사건 수법은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점이 있어 금융범죄수사대까지 투입해 확실하게 그 배후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건넨 일당이 경찰 조사에서 “단순 아르바이트로 생각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경찰은 마약 유통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같은 형태로 진화한 건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법원 “민의 왜곡 위험성, 죄책 무겁다” 1.

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법원 “민의 왜곡 위험성, 죄책 무겁다”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2.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3.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4.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찬성 272명 vs 반대 이준석…‘딥페이크 위장수사 확대’ 국회 표결 5.

찬성 272명 vs 반대 이준석…‘딥페이크 위장수사 확대’ 국회 표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