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모은 중요한 자료가 담긴 가방을 택시에 두고 내린 시민이 한 달 넘게 이어진 경찰의 노력으로 분실물을 되찾았다.
지난 2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강아무개씨는 지난 2월21일 제주시에서 택시를 탔다가 트렁크에 여행용 가방을 두고 내려 경찰에 신고했다. 강씨는 부모님 입원 관련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고향인 제주를 찾았다가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이 가방에는 강씨가 40년 넘게 모아온 업무 자료 등이 담긴 노트북 1대와 유에스비(USB) 2개가 들어있었다.
택시 요금을 현금 결제한 탓에 찾을 길이 막막했던 강씨는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사건을 맡은 제주 동부경찰서 형사2팀 이도헌 경장은 하루 만에 강씨가 탑승한 택시를 특정했지만 가방을 찾지는 못했다. 가방을 잃어버린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포기 상태에 이른 강씨에게 지난 3월27일 “이 가방이 본인 것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경찰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나흘 치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틈나는 대로 돌려본 이 경장은 분실 뒤 40여일 만에 강씨의 여행용 가방의 행방을 찾아냈다. 강씨가 하차한 뒤에 택시에 탄 다른 승객이 서귀포시 한 펜션에 도착해서 강씨의 가방을 자신의 짐과 함께 내리는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이 경장은 펜션까지 찾아가 수소문한 끝에 가방을 확보했다. 경찰은 강씨의 가방을 잘못 가지고 내린 승객이 펜션에 가방을 두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8일 강아무개씨가 제주경찰청 누리집에 올린 감사인사 갈무리
사연은 강씨가 지난 18일 제주경찰청 누리집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이 경장에 대한 감사인사를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게시글에서 강씨는 “수사를 전혀 모르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름없었다”며 “아무 관계도 없는 한 사람의 소시민을 위해, 집념과 열정이 없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제주 동부경찰서와 담당자들은 해낸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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