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사태와 관련해 의혹의 핵심인물인 라덕연(42) ㅎ투자컨설팅업체 대표의 사무실 등을 이틀째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은 금융위원회에 채권 추심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개입은 부적절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4일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시그니엘에 있는 라 대표의 사무실을 전날에 이어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무실은 ㅎ투자컨설팅업체의 핵심 운영진인 변아무개씨와 프로골퍼 출신 안아무개씨가 함께 투자 관련 논의를 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투자 수익금을 빼돌리는 데 조력한 것으로 알려진 라씨의 지인 손아무개씨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지난 2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와 서울 강남경찰서로부터 주가조작 의심 세력이 짜고 치는 거래(통정매매)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 등의 자료를 넘겨받은 뒤 라씨 등에 대한 강제수사를 통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라씨는 이번 폭락사태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라씨는 지난 2016년 지인들과 함께 소규모 투자회사를 세운 뒤 다단계 방식을 적용해 덩치를 키웠다. 라씨 등 관계자들은 투자자를 데려올 때마다 수수료 명목으로 수익금의 30%를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강남 등지에서 골프 강습을 하며 연예인 등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을 모으고, 변씨는 라씨의 법인과 의사 등 고액 투자자들을 모집·관리했다. 이들은 이렇게 모인 투자자들 명의의 휴대전화 수백대를 이용해 통정매매로 주가를 조작해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라씨는 통정매매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본인도 손실을 봤다며 의도적인 주가조작 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폭락사태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은 이날 오후 2시 금융위에 ‘피해자 구제방안’을 13개 증권사에 권고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주가 폭락에 따른 차액결제거래(CFD) 채권추심 3개월 유예 및 해당 기간 동안의 이자 일시 면제해달라는 취지다. 대건 쪽은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은 주범 또는 모집책들로부터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투자금을 건넨 사람들”이라며 “(라씨 일당의) 사기 및 배임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본 범죄 피해자에 해당하므로 진정 취지와 같은 최소한의 경제적 구조 조치를 권고해달라”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개별 주식 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