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의 한 매입임대주택에 사는 대학교 4학년 류상윤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청년의 꿈을 응원하는 희망의 다리를 놓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5월 110대 국정과제에서 17번째로 내놓은 메시지다. 국무조정실은 이런 기조에 맞춰 지난달 29일 각 부처 자료를 취합해 ‘2023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올해 투입 예정인 청년 예산이 문재인 정부가 책정했던 지난해 예산에 견줘 3.1%(7685억원) 늘어난 25조4178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가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이 시행계획의 세부 보고서를 입수해 33개 정부부처의 390개 청년정책 사업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정부가 청년 예산으로 산출해 배정한 금액은 19조8788억원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밝힌 예산보다 5조5390억원 적다. 이 때문에 정부가 청년 예산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무조정실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 국민이 대상인 예산이지만 청년 이용자가 많은 사업을 일정 비율로 자체 계산해 청년 예산에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가 자체 계산한 사업별 청년 예산 비율 공개는 거부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각 부처가 2021~2022년 방식에 준해서 배정한 청년 예산을 합한 것이다. 예산 산출 방식은 실무적 이유 탓에 공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분석을 진행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청년 예산 총규모를 밝혀놓고, 세부 사업 산출 방식은 공개할 수 없다는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정책 사업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청년에게는 ‘희망의 사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감액된 청년정책 상위 10개 가운데 3개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지원 사업, 2개가 저소득 청년의 주거·구직 관련 사업이었다. 중소기업이 정규직 청년을 추가로 고용하면 3년 동안 월 75만원을 받을 수 있는 청년고용지원금(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이 지난해보다 7658억원 줄었다. 중소기업 청년들이 2년 동안 근무하면 기업과 정부가 지원해 1200만원을 모을 수 있게 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도
6696억원 감액됐고, 저소득 청년들에게 정부가 집을 사서 임대해주는 매입임대형 공공임대주택 예산도 1938억원 줄었다. 저소득층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취업 지원제도 예산도 1276억원 줄었다.
반면 지난해보다 증액된 청년정책 상위 10개 가운데 2개가 부동산 구입, 3개가 자산형성 등 저소득 청년들에게는 거리가 먼 사업이었다. 7772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 증액된 청년전용 저리대출 사업 예산에선 저소득층이 필요한 전세자금 대출 예산 비중이 84.3%에서 70%로 줄었고, 중산층 청년들에게 필요한 구입자금 대출 예산 비중을 15.7%에서 30%로 늘렸다. 청년에게 시세보다 싼 금액에 분양을 해주는 공공분양은 올해
1608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내년 3510억원, 2025년 4200억원, 2026년 7384억원, 2027년 7429억원 등 모두 2조413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을 지낸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가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저소득에 월세를 사는 열악한 청년들인데 청년을 집 구매자로만 보면서 대안 없이 저소득 청년 지원 사업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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