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지도자 임아무개씨는 지난 3월초 자신이 서울에서 지도하던 학생들을 데리고 평택시수영연맹 수영팀에 합류했다. 기존에 훈련하던 수영장을 쓸 수가 없던 와중에 평택에서 활동하던 도아무개 지도자로부터 함께 훈련하자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도씨가 학부모들에게 주말 수당 명목으로 따로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행위가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임씨는 이를 평택시수영연맹과 평택시체육회에 신고했다.
돌아온 건 임씨에 대한 계약 해지였다. 평택시수영연맹은 지난 3월31일 임씨가 “무단결근하며 계약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임씨는 “부당 해고”라고 반발했다. 임씨는 “계약서에 구체적인 근무 시간, 장소도 없는데 무단결근은 말이 안 된다”라며 “평택시수영연맹이 불법 모금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 방조했고 제 식구 감싸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고를 당한 도아무개 지도자는 현재 평택시수영연맹 부회장이다.
평택시수영연맹은 임씨 주장을 반박했다. 연맹은 “훈련할 장소가 없는 임씨를 위해 계약을 했는데 열흘 정도 출근한 뒤 수업에 오지 않아서 계약을 해지했다”고 했다. 도 부회장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는 없었다”면서도 “평소 상황을 다 보고받고 있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평택시체육회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도 부회장에 대한) 징계 등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양쪽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연맹과 체육회 설명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으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최숙현법)은 체육 지도자, 선수, 선수관리 담당자 등이 체육계 인권침해나 스포츠 비리를 알게 될 경우 스포츠윤리센터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른바 ‘의무 신고’ 조항이다. 더욱이 2020년 스포츠윤리센터 출범 뒤 각종 신고·조사 기능 또한 스포츠윤리센터로 일원화했다.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된 건 인맥으로 엮인 지역 체육계가 내부 비리 제보를 묵살하고 은폐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앞서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때도 폭행 신고를 받은 경주시체육회가 이를 묵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도 이런 ‘셀프 조사’를 막고 독립적인 조사를 하기 위해 출범했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신고 의무 조항이 있지만, 이를 어기더라도 실질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체육계 현장에서는 이른바 ‘최숙현법’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앞서 지난해 6월 학내 역도부 코치가 학생들을
하키채로 폭행한 사실을 알고도 한국체육대학교가 이를 스포츠윤리센터 등에 신고하지 않고
내부 은폐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언론 보도 뒤에야 해당 사건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해당 역도부 코치는 지난 13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