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경희대 후마니타스 특강 ‘6411의 목소리와 노동 존중 사회’ 수업을 듣는 학생 192명의 에세이를 워드클라우드 방식으로 분석해봤다.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4일 <한겨레>가 경희대 후마니타스 특강 ‘6411의 목소리와 노동 존중 사회’ 수업을 듣는 학생 195명 가운데 중간고사 에세이를 제출한 192명의 글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글에서 언급된 핵심 단어를 시각화하는 기법)으로 분석했다. 관형사·조사 등을 제외한 단어 3만6078개 가운데 ‘타투·문신’(1990회)이 압도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였다. 이어 ‘노동·노동자’(777회), ‘배달·플랫폼·라이더’(713회), ‘사람’(652회), ‘성소수자·동성애·동성’(359회)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학생들은 지난 3월9일부터 4월13일까지 타투 노동자, 방송작가, 배달 라이더, 뮤지션, 성소수자를 각각 주제로 한 활동가들을 만나 강연을 들었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에세이로 정리해 제출했다.
학생들은 유망 직업으로 꼽히는 타투이스트의 직업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현행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헌(식품영양학과·3학년)씨는 “타투이스트는 직업 코드가 있지만, 그 직업 행위를 하면 범법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제도적으로 의사만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제도는 물론 이익집단과 싸워야 한다”며 “이 외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본 혹은 거대한 단체에 의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2015년 타투이스트를 미래 유망 신직업으로 선정하고 직업 코드(42299)를 부여해 사업자등록을 권유하고 세금을 징수하지만, 한편으로는 불법행위라며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의사를 꿈꾸는 김예림(의예과·2학년)씨도 “타투이스트들이 합법적으로 일을 행하기 위해서는, 의사협회의 반대가 없어져야 한다. 현재 의사협회는 권한 독점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배달 노동자들의 취약한 노동 환경도 학생들의 관심사였다. 이은지(경영학과·4학년)씨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아이티(IT) 기술이라는 명목하에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갖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성소수자 문제도 언급됐다. 김수현(응용영어통번역학과·4학년)씨는 “성별 정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구직자가 겪게 되는 어려움은 이력서에 동봉하는 사진, 기입하는 주민번호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성소수자들은 제도와 규정 사이에서 투명인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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