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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험 한달 뒤 뜬금없이 재시험?…‘부실 시험관리’ 흑역사

등록 2023-05-24 14:05수정 2023-05-24 21:27

산업기사 시험답안 채점 전 파쇄 파장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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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본 시험을 이제 와서 다시 공부해 응시하라니…사과나 재응시 기회 준다고 보상될 문제가 아니다” “(가채점 기준) 합격자였는데 재시험으로 불합격하면 어찌 되냐.”

“뭐 재시험? 가채점 76점이라 한 달 동안 책도 안 폈는데 뭔 재시험이야? 지금 몰래카메라 하는 거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서는 지난달 치러진 전기기사·토목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시험 필답시험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응시자들의 불만과 비슷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전날 지난달 23일 서울 연서중학교에서 시행된 정기 기사·산업기사 실기시험 필답형 답안지 609건이 채점 전에 파쇄돼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피해 수험자를 대상으로 추가 시험 기회 및 보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응시자들에겐 ‘악몽’같은 재시험은 부실한 시험 관리·감독 등의 문제로 과거 공무원이나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 여러차례 치러진 바 있다.

2017년 3월 이승철 경기북부경찰청장이 순경 채용 필기시험 재시험 실시와 관련해 누리집에 올린 사과문.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순경 채용 시험서 답안지 오배송…700여명 재시험

경기북부경찰청은 2017년 3월 경찰공무원(순경)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당시 시험은 8개 시험장에서 진행됐는데, 이중 여성 응시자들이 시험을 치른 시험장 한 곳에 답안지가 잘못 배송돼 시험이 40분 지연됐다. 또한 시험지 파본 검사 뒤 응시자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부적절한 시험 감독도 이뤄졌다.

이에 경기북부청은 같은 해 4월 여성 응시자 724명 전원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진행했다. 이승철 당시 경기 북부경찰청장은 누리집을 통해 “더욱 공정해야 할 경찰공무원 채용 시험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것에 깊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응시자들에게 사과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9년 신규직원 채용 필기 재시험을 진행하겠다고 올린 공지글 일부. 심평원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감독 부실로 공기업 1만여명 재시험 치르기도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도 답안지가 잘못 배포돼 재시험이 진행된 경우도 있다.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2019년 4월20일 심사직 5급 일반직 시험을 진행하면서 채용위탁업체의 실수로 일부 시험장에 OMR 답안지를 잘못 배포했다. 당시 1교시 시험 문항은 80개였는데, 일부 수험생은 50문항용 답안지를 받았다.

시험 도중 잘못을 인지한 감독관 등은 수험생들에게 임시답안지를 제공한 뒤 1교시 시험이 끝나고 이를 회수했다. 이후 2교시 시험 종료 뒤 이들에게 임시 답안지를 돌려주며 정식 답안지에 다시 표기하도록 했는데, 1교시와 2교시 사이에 30분간의 휴식시간에 수험생들이 채팅방에서 답안을 공유해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심평원은 같은 해 5월 응시자 전원인 1135명을 상대로 재시험을 치렀다.

필기시험 감독 부실 등의 이유로 응시자 1만여명이 재시험 대상에 오른 경우도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2020년 6월21일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을 치렀는데, 시험 뒤 응시자들 사이에서 특정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임의로 시험시간을 더 제공하거나 과목별 문제 풀이 시간제한 없이 문제를 풀 수 있게 했다는 등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 당시 필기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1만897명이었다.

남동발전은 시험 진행 이틀 만에 “관리·감독 부실과 고사장 운영 미흡으로 인해 응시생 여러분께 깊은 상처와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수험생들의 문제 제기를 인정했고, 같은 해 8월 필기전형 응시자 1만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다시 시험을 치렀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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