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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민 불편’ 핑계로 집회 억압하는 정부…헌재·유엔 판단 달랐다

등록 2023-05-31 05:00수정 2023-05-31 08:3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경찰의 집회 강경대응을 비판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민주파괴 폭거 규탄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경찰의 집회 강경대응을 비판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 민주파괴 폭거 규탄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31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여명이 참여하는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를 연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와 금속노조도 용산구 대통령실과 서대문구 경찰청 앞 등에서 조합원 1만여명, 3천여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연 뒤 본집회에 합류한다.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자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듯한 윤석열 정부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집회’나 ‘불법집회’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대표적인데, 경찰은 이런 기조에 맞춰 교통체증 유발 등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경우 강제해산 조치하고 최루제 ‘캡사이신’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응은 “집회에서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은 부득이한 것”이라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결정 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시민의 불편’을 이유로 엄정 대처 목소리를 높이는 정부와 달리,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해 국민은 일부 ‘불편’을 참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09년 대법원은 건설업체 노조원들이 임금단체협상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삼보일배 행진을 하며 차량의 통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집회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으로 모여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등을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며 “어느 정도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해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03년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 대중에 대한 불편함은 보호 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해 수인돼야 한다고 헌법은 규정한다”고 밝혔다. 집회로 인해 발생되는 시민 불편은 자유민주국가가 부담해야 할 ‘민주주의 비용’이라는 뜻이다.

기준을 정해 집회를 ‘합법-불법’으로 나누고, 합법만 허용하겠다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로 보호할 대상으로 ‘적법 집회’가 아닌 ‘평화·비폭력 집회’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2018년 김선일 당시 경찰대 교수는 ‘국제인권기준에 비춰본 한국의 집회 시위 대응’ 논문에서 경찰의 ‘적법-위법’ 틀이 헌재 입장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신고 집회가 평화 개최되면 헌재 입장에서 보호 대상이지만, 집시법 관점에서는 위법해 주최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평가도 다르지 않다. 2016년 나온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 권리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정부가) 집회를 방해물로 간주해 오로지 ‘법과 질서’에 따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집회에서는 일상 생활의 혼란이 예상되며 (이들) 권리가 침해되지 않기 위해 (혼란은) 용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적법 집회 보장’을 목표로 하는 집시법도 비판했다. 집회의 자유는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합법적인 권리”인데 “‘합법성’을 따지는 잣대로 국내법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집회의 자유) 권리의 유효성은 입법부나 안보 기관의 재량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게 유엔 특별보고관의 설명이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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