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25일 상지대학교 총학생회가 강원 원주시 상지대학교 총장실 앞에서 등록거부 투쟁을 하겠다는 회견을 하고 있다. 상지대 총학생회는 김문기 총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연합뉴스
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면담을 피하는 총장을 만나기 위해 교직원과 승강이를 벌이고 회의실 문을 파손한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헌법이 정한 ‘학습권’ 침해를 막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상규상 ‘정당행위’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면담을 거부하는 대학 총장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승강이를 벌이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상지대학교 총학생회장 윤명식(34)씨와 총학생회 간부 전종완(34)씨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2014년 9월4일 김문기 상지대학교 총장이 강원 원주시 상지대학교를 방문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회의원들과 대학교 본관 회의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9월 상지대에선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총장 퇴진운동’이 한창이었다. 앞서 1994년 사학비리 혐의로 구속됐던 이사장 김문기씨가 21년 만에 총장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학내 집회를 벌이던 총학생회장 윤씨와 간부 전씨는 총장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다. 이들은 총장 면담을 요청하며 총장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20분간 교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인 끝에 실패했다. 며칠 뒤 교무위원회 회의실 문을 파손하고 침입해 면담을 재차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는 학장이 학생 중 1명의 뺨을 때리고 학생도 학장의 얼굴을 치는 등 몸싸움도 벌어졌다.
1심은 피고인들이 업무방해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각각 벌금 50만원씩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들의 총장실·회의실 진입이 업무방해에 이르지 못했다고 봤다. 업무방해죄가 된다해도 피고인들의 행동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20조(정당행위)는 어떤 행위가 형식상 위법하다해도 사회적으로 널리 적용되는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면 위법성을 없애준다. 대법원도 2심의 ‘정당행위’라는 판단을 인정했다.
2014년 9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상지대 윤명식(왼쪽 다섯번째) 총학생회장 등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김문기 상지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상지대는 비리 전력이 있는 총장의 복귀로 1년 가까이 내홍을 겪었다. 상지학원은 2015년 7월 교육부의 요구로 김문기씨를 총장직에서 해임했다. 김씨는 상지대 교비를 자신의 변호사 비용으로 쓰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2021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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