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부진에 금리상승까지 덮치면서 올 4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도산사건이 지난해와 견줘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는 도산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종합대책팀을 꾸리고 담당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올해 1∼4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도산사건은 총 6만76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주어 23.9%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전체 도산사건의 60%를 차지하는 개인회생 사건은 올해 1∼4월 3만9859건으로 1년 전보다 45.4% 늘었고, 법인파산사건은 460건으로 1년 전보다 55.4% 늘었다.
대법원은 각 법원에서 도산사건 업무가 급증하면서 도산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을 필두로 종합대책팀을 구성했다. 도산사건의 59%를 차지하는 개인회생 사건의 신속 처리를 위해 회생위원(5급) 12명 등 담당 직원도 증원하기로 했다.
서울·수원·부산회생법원은 ‘회생법원 협의체’를 구성해 도산사건 증가에 함께 대응할 예정이다. 협의체를 중심으로 각 법원 상황을 공유하고 제도 개선방안 등을 모색해, 도산사건 처리 기준을 전국적으로 통일화·전문화·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도산사건 유관기관과의 자료 제공 등 업무협의를 확대하고, 비용 부담으로 제때 도산절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개인채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소송구조도 확대한다.
최근 도산사건이 큰 폭으로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이 있다.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기간에 늘어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고금리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도산에 이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금리를 조금 낮춰주는 방식의 대환대출 방식으로 채무자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도 공적 채무조정 제도를 통해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는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20∼30대 청년 도산도 늘고 있다.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이 공개한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0∼30대 비율이 46.6%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이 가상자산·주식 투자에 대거 뛰어든 2년 전(42.5%)과 견주어 4.1%포인트 오른 수치다.
대법원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도산사건의 증가 추이 및 처리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경제적 위기에 처한 국민들이 신속·적정한 도산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여건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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