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사납금을 뺀 나머지 운송수입을 개인 몫으로 챙겨왔다면 이 부분은 퇴직금 산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택시회사가 택시기사의 초과운송수입금이 얼마인지 알 수도, 관리할 수도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ㄱ씨 퇴직금 산정 범위에 초과운송수입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16년 경력의 택시기사 ㄱ씨는 1999년부터 ㄴ택시회사에서 일하다 2015년 정년퇴직했다. ㄱ씨는 회사에 매일 정해진 금액의 사납금을 내고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을 기사가 갖는 ‘정액 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받아왔다. 그는 회사로부터 약간의 고정급을 받지만, 운송수입이 사납금을 넘지 못하면 현금으로 채워 넣어야 했다. ㄴ사가 퇴직금을 정산할 때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고 1일 평균임금을 1만5648원으로 계산하자 ㄱ씨는 소송을 냈다.
초과운송수입금이 회사가 관리하는 임금인지를 두고 1·2심이 엇갈렸다. 1심은 2007년 대법원 판례를 따라 초과운송수입금은 퇴직금 정산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초과운송수입금도 근로의 대가이긴 하지만 회사를 거치지 않고 기사가 바로 챙겼기에 회사는 얼마인지 알 수도, 관리할 수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ㄴ사가 초과운송수입을 충분히 알고 관리할 수도 있었다며 퇴직금 정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ㄱ씨가 퇴직한 2015년에는 과거와 달리 택시 미터기 부착과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되었기에 “퇴직 전 3개월의 운송수입 발생 여부와 금액 범위를 명확히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은 ㄱ씨의 퇴직 전 3개월 동안 1일 평균임금이 7만1950원이며, 총 퇴직금은 917만8천원에 이른다고 판결했다. ㄴ사는 미지급분인 695만원을 ㄱ씨에게 지급해야 했다.
대법원은 초과운송수입금을 퇴직금 산정에 반영할 수 없다며 원심(2심)을 파기환송했다. ㄴ사 노사가 체결한 임금협정을 보면 “기사들이 사납금만 입금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을 가져가는 것을 인정하되, 이 부분은 퇴직금 산정 시 산입하지 않는다”돼 있어서 ㄴ 사가 개인 수입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또한 “ㄱ씨 퇴직 전 3개월 운행기록의 월 카드 결제대금은 월 사납금에도 미치지 못해 ㄱ씨가 부족한 사납금을 현금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터기) 운행기록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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