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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청이 정보기관? 양회동씨 숨진 직후 “분향소 막아달라”

등록 2023-06-15 15:37수정 2023-06-15 18:12

서울 중구청 “정보 입수했다”며 경찰에 협조공문 보내
‘양회동 열사 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 주최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천막 분향소를 설치하자 경찰들이 강제 철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회동 열사 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 주최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천막 분향소를 설치하자 경찰들이 강제 철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중구청이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 사망 당일 경찰에 ‘분향소 설치’를 막아달라며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양회동 열사에 대한 모독”이라며 “건설노조의 목소리는 무엇이든지 막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15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 중구청의 ‘도로상 집회(시설물) 관련 행정응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면, 중구청은 지난달 2일 경찰에 “건설노조 소속 간부의 분신 사망 사건 이후 우리 구 관내 주요 지역에 분향소 설치가 우려된다는 정보가 있다”며 “도로법 제75조 위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의 적극적인 행정응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5월2일은 전날 건설노조에 대한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에 항의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분신한 양씨가 치료 끝에 사망한 날이었다.

노동절인 지난달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한 뒤 치료 끝에 이튿날 숨진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아무개씨의 빈소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노동절인 지난달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한 뒤 치료 끝에 이튿날 숨진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아무개씨의 빈소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그러나 건설노조는 당시 양씨 유가족으로부터 장례절차에 대한 위임도 받지 않은 상태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장례절차 진행을 검토만 하는 단계였다. 분향소 설치 검토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이날 <한겨레>에 “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탄압을 알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구청은 양 열사의 죽음 당일조차도 그 목소리를 막기 위해 경찰을 동원하려 했다”며 “이는 열사에 대한 모독이고, 중구청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취지로 해당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중구청 관계자는 “최근 여러 단체에서 집회가 동시다발로 일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취지로 공문을 보낸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다만 행정기관이 어떻게 양씨의 사망 당일에 분향소 설치 가능성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취득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 정보로 작성됐다”고만 했다.

지난달 2일 서울 중구청이 경찰에 보낸 공문. 중구청은 이날 &lt;한겨레&gt;에 “저희가 보낸 공문이 맞다”고 인정했다. 건설노조 제공
지난달 2일 서울 중구청이 경찰에 보낸 공문. 중구청은 이날 <한겨레>에 “저희가 보낸 공문이 맞다”고 인정했다. 건설노조 제공

한편, 건설노조는 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할 때 경찰이 저지한 것과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임동균 남대문경찰서장 등 책임자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건설노조는 경찰이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상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이들이 집시법(집회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고발장에서 “도로관리자인 중구청장의 명령 없이 이뤄졌고, 분향소 철거가 이뤄져야 할 급박한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어 비례성의 원칙도 위반했다”며 “이는 경찰의 주장처럼 도로법 위반 행위에 대한 행정응원에 근거한 대집행이 아니라 독자적인 경찰력 행사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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