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신분을 감추고 이주노동자 모임에 참석한 뒤 돈을 주고
함정수사를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주노동자단체는 “취약한 이주노동자를 돈을 주고 꾀어 함정수사를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는데 경찰은 “신분을 밝혔고 협조수사였다”고 해명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등 종교·시민사회단체는 15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불법 해외 송금시킨 경찰 프락치 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은 프락치 사건을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와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3월 서울 은평경찰서 소속 ㄱ경사는 포천이주노동자센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ㄱ경사는 이곳에서 이주노동자 ㄴ씨를 만나 생활비를 주는 등 지속해서 접촉했고, ‘불법 해외송금업자’를 잡기 위한 수사를 맡겼다고 한다. ㄴ씨를 시켜 브로커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고 그 돈이 본국으로 보내지는 과정을 추적하려고 했던 것이다. 입금하는 돈 일부는 ㄱ경사가 제공했다. 하지만 브로커가 송금은 하지 않고 돈만 가로채는 바람에 수사는 실패로 끝났다.
단체는 경찰이 ‘함정수사’를 목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시간이 되지 않아 신분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는 메시지를 ㄱ경사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또 “(ㄱ경사가) 해외송금업자는 불법이지만, 해외송금하는 사람은 불법이 아니라고 하거나 경찰이 시켜서 송금하면 불법이 아니라고도 했다”며 법을 잘 모르는 ㄴ씨를 회유했다고도 지적했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ㄱ경사는 적절히 활용할 수 있고 접근이 용이한 대상군을 모니터링 했을 것이며, 그에 따라 경제적으로 내몰린 이주노동자 ㄴ씨를 선정하게 된 것이 아닌지 묻는다”며 “접근해 신뢰를 쌓고 생활비라며 돈을 지급하고 함정수사에 활용해온 것을 ‘합의’라고 말하는 경찰의 대응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경찰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신분을 밝혔으며, 그곳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ㄴ씨가 ㄱ경사에게 ‘불법 해외송금업자’ 관련한 내용을 먼저 언급했다고 해명했다. 또 ㄱ경사가 생활비를 건넨 것은 ㄴ씨의 형편이 어려운 걸 알고 개인적으로 도운 거란 입장이다. 소속 경찰 관계자는 “첩보 수집 단계에서 (ㄴ씨의) 동의를 얻어 진행했다”며 “중간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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