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성인 남성들과 함께 구금된 ㅌ(3)군이 식사를 거부하고 벽을 보고 앉아 있는 모습.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창문이 없고, 냉방이 안됐으며, 주차장이랑 연결됐는지 계속 자동차 냄새가 났다. 지하에 방이 여러개 있었지만 사람은 우리 둘만 있었다. 창문은 없었고, 방문 옆에 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식판 구멍만 있었다. 화장실은 가림막이 없었다.”
ㅇ(22)씨는 지난 4월 20일 고국 몽골로 강제 송환됐다. 그 전까지 그는 수원 출입국청·외국인청에 아들 ㅌ(3)군과 함께 19일 동안 구금됐었다. <한겨레>가 ‘3살 아이까지 구금한 법무부’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2023년 6월14일치 1면)의 주인공이다.
보도가 나간 날 법무부는 971자의 보도 설명문을 출입기자단에 보냈다.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잘못된 내용이 포함됐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한쪽(수원 출입국청)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는 것은 <한겨레> 기사가 아니라 법무부의 설명문이다.
기사에 담지 못한 ㅇ씨의 증언은 더 많다. 주로 한국 법무부가 아들 ㅌ군을 비인도적으로 대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거짓’이라고 맞선다.
“나는 여기 갇혀 있지만 아이를 구금할 수는 없으니,
위탁기관이나 어머니를 찾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하며 몇가지 서류에 사인하라고 했다.
사인하자 아이가 구금됐다.”(법무부, “아동을 위탁교육기관에 보내달라 요청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플 때만 죽을 줬다. 아이가 아파 동네 병원에 갈 때 (동행하는)나를 수갑 채우고 줄로 묶었다. 다른 아이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서 아들이 충격을 받았다. 나도 수치스러웠다.”(법무부, “죽 등 아동식을 제공했다”)
3살 배기 ㅇ씨 아들 ㅌ군은 몸이 아프다. “출생시 미숙아로서 호흡곤란 증후군과 지속적인 폐동맥 고혈압으로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치료했던 환자다. 입원 중에도 뇌내 이상 소견과 기흉 등 합병증이 발견돼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아다.”(ㅌ군의 의료기록) ‘아들만이라도 내보내달라’고 ㅇ씨가 요청한 이유다. 하지만 법무부는 불허했다.(“특별히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의사 소견을 받고 보호일시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ㅇ씨를 지난 4월 20일 강제출국시켰다. ㅇ씨는 “강제 출국되면 한동안 아들이 진료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
5월4일 진료만 받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ㅌ군은 5월4일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진료 예약이 잡혀있었다.
법무부는 출입국청의 조치가 ‘합법’이라고 강조한다. 외국인보호규칙이 근거다. 그러나 아동복지법은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유무, 출생 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1년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CRC)도 ‘부모의 지위(미등록 체류)를 이유로 이주 아동을 구금하는 것이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아동 최선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 ‘아동 구금은 최후의 조치로서 최소기간에 국한하고, 불가피한 경우 가족 보호에 적합한 별도 시설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법무부는 ㅌ군의 수용이 ‘강제 구금’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강제 구금됐던 모로코 국적의 여성 ㄷ(29)씨와 아들 ㅋ(6·미등록 체류 신분 아님)군은 <한겨레>가 취재 확인을 요청하자 즉시 보호일시해제 조치했다. (
위생불량 공간에 낯선 사람들과 같이 구금…“아동 학대” 참고) 이들 모자는 지난달 22일 경찰의 단속에 적발돼 구금된 뒤 보호일시해제를 요청했지만 당국이 거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한 상태였다. 23일 동안 구금됐다가 보호소를 나오면서 ㄷ씨는 “
아이가 그동안 햇빛을 보지 못했다. 보호소에서 나와서 여기저기 뛰면서 너무 좋아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법무부는 ㅌ군과 그의 아버지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아동복지법과 1991년 한국이 가입한 아동권리협약이 권고하는 바에 따라 “아동은 구금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이 원칙에 맞게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