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환자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해당 병원장에게 이를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20일 인권위는 환자를 수술하기로 한 당일 HIV 양성을 확인한 뒤 수술을 거부한 경기도의 한 병원장에게 차별을 시정하고 직원들의 직무교육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ㄱ환자는 ㄴ병원에서 관혈적 디스크 절제술 및 신경성형술을 받기로 했지만, 당일 수술 전 검사에서 HIV 양성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ㄴ병원장은 인권위에 “ㄱ환자가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며 “다른 의료인이 해당 환자에게 시행한 치료 사항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등 의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새로운 치료가 어려웠기 때문에 진료 거부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ㄱ환자는 HIV 감염인으로 약 7~8년 전에 감염됐지만, 현재 주기적으로 관련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환자가 ㄴ병원의 직원과 상담 중 HIV 관련 진료를 받고 있는 의료기관 등을 설명했던 걸로 봐, ㄴ병원에서는 환자의 치료 기록 등을 받아볼 수 있었을 것이므로 ㄴ병원장의 수술 거부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병원장은 병원 내부에 감염인을 위한 수술 공간 및 전염관리팀 등이 없어 수술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인권위는 “모든 환자에게 의료기관이 적용하는 표준주의 지침을 준수하기만 하면 된다”며 별도의 장비나 시설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정당한 수술 거부 이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질병관리청의 HIV 감염인 진료와 관련된 지침을 봐도 HIV 감염인의 고지 여부는 수술 등 진료과 치료의 조건이 될 수 없다. 환자가 감염됐다고 해서 치료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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