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20일 오후 국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부터 이정민 유가협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유가협 운영위원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참사가 일어나면 피해자와 유가족은 수학 공식이나 예배 순서같이 정부를 향해 분노하고, 경찰과 대치하며 분향소와 농성장을 차리고, 노숙농성과 행진·삭발·단식을 해야 합니다. 특별법이 꼭 제정되길 오늘 단식으로 목숨을 건 죄 많은 어미가 소망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2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끝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간 최선미 유가협 운영위원이 머리띠를 고쳐메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농성에 돌입한 고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는 국회 앞 농성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가 실종된 국회 앞에서 투쟁의 빨간 머리띠를 동여맨 그의 가슴팍에는 ‘단식 1일 차’라고 쓰인 몸자보가 붙었다. 3264일 전(지난 2014년 7월14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곡기를 끊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겹쳐 보였다.
유가족들은 무더위 속에서 선풍기 한 대를 앞에 두고 농성장에 앉은 최씨를 바라보며 보라색 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댔다. 이들은 생업 때문에, 건강 때문에 단식에 함께 나서지 못한 부채감에서 나온 눈물이라고 설명했다. 고 오지연씨의 어머니 임은주씨는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유가족이 나서서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간다. 아직 유가족들은 아이들을 떠나보낼 준비도 안 됐는데, 혈압도 높고, 나이도 있는 단식 농성자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2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끝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정민 유가협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유가협 운영위원이 농성장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다른 유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희생자 159명을 뜻하는 오후 1시59분에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임시국회가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국회는 아직 특별법을 상정도, 심의도 하지 못했다. 이에 신속한 법안 심의와 1주기 내 입법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단식농성은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이 최소한 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때까지 진행한다. 이정민 대표직무대행은 “법안처리를 촉구하면서 끝없이 단식의 고통을 감내하겠다. 국회는 신속한 법안처리로 우리의 고통을 끊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했다.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17명의 위원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게 핵심이다. 해당 법안은 특조위가 진상규명을 위해 청문회, 자료 제출명령, 동행명령, 고발과 수사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대응 티에프(TF) 단장은 “오만한 정권은 참사 발생 8개월이 지나도록 책임 소재조차 밝혀내지 못했거나 그러하길 거부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에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진실 규명을 위해 분명한 태도 변화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20일 오후 국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부터 이정민 유가협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유가협 운영위원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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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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