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잭슨과 마이클 샘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는 전·현직 세계스포츠사회학회 회장으로 이주민 스포츠 정책의 권위자다. 5월 초 오타고대에서 둘이 바라보는 세계화 시대의 이주민 통합 문제를 들어봤다. 둘은 캐나다에서 건너온 이주민이다.
―뉴질랜드의 스포츠 통합 정책의 특징이 있다면?
잭슨 교수 “이주 시대 스포츠를 통한 사회 통합의 이상적 모델은 유럽의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 잘 볼 수 있다. 뉴질랜드 상황은 매우 복잡한데, 이 특수성은 애초 이 나라에 마오리족이 있었고 다수가 된 유럽인들조차 이주민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아시아나 인도계 이주민 등이 늘었고 세대가 내려갈수록 더 얽히고설켜 있다. 오랜 역사와 핏줄, 문화로 동질화한 한국과는 다르다.”
―마오리족의 위상이 다른 소수민족과 다르다는 뜻인가?
샘 교수 “그렇다. 정부의 접근 방식은 ‘마오리족과 타자’라는 이분법의 문화통치 구도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 마오리족 피가 섞인 사람들은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것은 마오리족이 유럽 식민주의자에 의해 박탈된 원주민 권리 찾기 운동을 한 덕택이다. 마오리족의 ‘문화적 르네상스’라 부를 수 있는 이 현상은 뉴질랜드 국내 정치에 의해 더 강화되고 있다.”
―직접적인 경험이 있는가?
잭슨 교수 “지난 20년간 뉴질랜드의 인구가 크게 늘었다. 나도 1990년대에 이민 왔다. 똑같은 언어를 사용함에도 방문자, 외국인처럼 느껴진다면 어떻게 들리는가. 여기서 태어나더라도 타자로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한 사회 통합 노력은 어는 정도인가?”
잭슨 교수 “뉴질랜드는 늘 이민자를 잘 대해왔고, 스포츠는 뉴질랜드 사회를 통합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지구적 차원의 이주가 이뤄지면서 긴장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 원주민 등이 모두 자기의 권리 투쟁을 하는 상황에서 조화로운 지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장애물이 만만찮다는 뜻인가?
샘 교수 “아시아 이민자들은 자녀의 스포츠 활동보다는 공부를 중시한다. 또 자본주의가 이주민들의 문화적 차이를 개인주의·소비주의와 결합해 상품화하고 있다. 미식축구 선수인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해 벌인 ‘불복종 퍼포먼스’를 나이키가 어떻게 상업적으로 활용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정치가 개입할 수 있지 않은가?
샘 교수 “정치는 이주민 정책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장이다. 과거 캐나다에서도 1960년대 프랑스 주민들의 권리 회복 운동인 ‘프렌치 르네상스’가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에 거의 소멸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현재 마오리족의 파워는 매우 크다. 이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표나 권력관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한국도 이주민 사회가 되고 있다.
샘 교수 “잘 알고 있다. 만약 동남아 이주민들의 2세, 3세 후손들이 나중에 우리 부모가 저임금으로 수탈당했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돌아오듯이, 미래 한국 사회에서도 이주민 후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스포츠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잭슨 교수 “기후나 지리·정치, 팬데믹, 인공지능(AI)의 복잡성 시대에서도 스포츠는 계속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스포츠는 사회 구성원 공통의 경험이며, 의료 비용 절감이나 노동력 측면에서도 우선순위에 있다. 이주민은 미래의 시민이다. 무슬림 여성에게 수영이나 축구를 하도록 배려하면 생각이 바뀐다. 그들에 대한 언어나 묘사가 달라지면 차별도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말이 달라도, 유니폼만 입으면 하나 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정된 공간이 스포츠라는 독특한 문화·제도다.”
오타고/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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