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1년 11월 박 전 특검 첫 조사 뒤 1년 7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혐의로 박 전 특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전 특검보였던 ‘측근’ 양재식 변호사 구속영장도 함께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범행 수법과 죄질이 불량하고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 또한 여러 증거인멸 우려 정황이 뚜렷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익 제공을 요구하는 등 범행 실행에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있던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께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대장동 토지보상 자문수수료와 상가 시행이익 등 200억원 상당, 단독주택 2채를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한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에게 우리은행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2015년 4월께 5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50억원 상당의 이익을 약속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밖에도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때 선거자금 명목으로 남 변호사 등에게 현금 3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변협 회장 선거에 나섰지만 당선되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담당 금융기관으로 우리은행을 내세워 사업 공모를 도왔다고 보고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회사 사규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에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 상당의 여신의향서를 작성했다. 직접 컨소시엄에 참석하지 않지만, 대출은 해줄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인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김만배씨가 거액의 보은성 금품을 주기로 약정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의 일원이다.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50개(억)가 몇 개냐”라며 박 전 특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전 머니투데이 회장 등을 언급한다. 관련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은 지난 2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곽 전 의원 아들이 수십억원의 퇴직금을 받았지만, 검찰 증거만으로는 이 돈이 곽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은 검찰은 곽 전 의원 아들을 공범으로 입건한 뒤 직접 불러 조사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 등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대장동 ‘본류’라고 표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를 마무리한 뒤 ‘50억 클럽’ 수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지난 22일 검찰은 박 전 특검을 1년 반 만에 세번째로 불러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6시간 동안 조사하기도 했다. 앞서 양 변호사는 검찰에서 두 차례 조사받았다.
박 전 특검 쪽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 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