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53·사법연수원 25기)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형식적 구제가 아닌 진심 어린 사과를 바라는 상황이라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고, 장애인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권 후보자는 지난 9일 국회에 낸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서면답변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제3자 변제’ 해법에 반대하는 피해자의 배상금도 법원에 공탁하는 최근 상황에 대해 묻자 권 후보자는 “구체적인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사안에 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들께서 채권의 만족이라는 형식적 구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여러 차원의 노력이 계속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결이 가장 시급한 인권 문제로는 ‘장애인 인권 문제’를 꼽았다. 권 후보자는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불이익을 입기 쉬운 반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옹호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장애인이 일상생활이나 공적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각종 사법절차 및 사법서비스에서 정당한 편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성소수자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함은 물론”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적 지향성은 지극히 내밀한 사적인 영역이자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존재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만을 이유로 부당한 편견이나 차별적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심리하는 사형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 권 후보자는 “찬반론 모두 나름의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서도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등 보완 수단 마련을 전제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반발이 거센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와 관련해서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한) 법원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수사 밀행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대면 심리 대상을 수사기관으로 하고 심문절차도 비공개로 한다면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권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난 5년간 법률의견서를 써준 대가로 법무법인(로펌)에서 18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권 후보자는 “로펌의 요청에 따른 활동 내역이 문제 되고 있으나 무상 또는 소액으로 국가기관을 위해 활동한 내역이 적지 않다”며 2009∼2014년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실무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을 언급했다. 또한 “많은 부분은 국제중재절차 전문가 증인 활동”이라며 “마치 로펌의 부탁대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으나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의견서를 작성하거나 증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22일 권 후보자와 서경환(57·21기) 후보자에 대한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권 후보자와 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1일과 12일 열린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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