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가 노키즈존의 부당함을 그린 그림.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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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노키즈존을 알게 된 건 제주도에서 카페에 갔을 때입니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어린이들은 갈 수 없는 카페라고 했습니다. 어른들만 예쁜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어린이를 차별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아주 나빴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지예(10) 아동 활동가는 ‘노키즈존’을 맞닥뜨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지예 활동가는 “어린이들은 아직 어른들보다 힘도 약하고 키도 작고 잘 모르는 것도 많은데, 어른들은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나가라고만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보호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배려해달라”고 덧붙였다.
몇 년 전부터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며 논란이 되는 가운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지예 활동가처럼 ‘노키즈존’ 차별을 경험한 어린이 당사자와 아동인권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아동친화 사회 조성을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지예 활동가와 이정후(8) 아동 활동가는 노키즈존으로 인해 기분이 나빴던 경험을 토로하며 노키즈존이 모두 없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야구선수가 꿈이라는 이정후 활동가는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너무 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데가 없다. 공원에선 어른들이 시끄럽다고 야구를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며 “뛰어놀고 소리 지르는 걸 좋아하는데 태권도 학원 말고는 아무 데서도 하지 못하게 한다. 노키즈존을 만들지 말고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더 많이 생각해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지예 활동가는 “다른 사람과 나를 다르게 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린이들에게 기분 나쁜 경험을 해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만약 내가 어른이 되면 노키즈존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키즈존 넘어 아동친화사회로’토론회에서 류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정책팀장이 발제에 나서고 있다. 강신범 교육연수생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아동친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류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정책팀장은 “노키즈존 등으로 포용을 경험하지 못한 아동은 나의 편익과 권리를 위해 간단히 타인의 배제와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될 우려가 있다”며 “아동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중앙정부 지자체 학교 기업 등 당사자뿐 아니라 정치인, 언론학자, 아동단체 등 모두가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환대하는 인식 전환과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용 의원은 나이에 따른 차별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평등법’을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노키즈존’ 실태 파악,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아동 놀이 공간 보장, 양육자 교육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용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준비하며 ‘노키즈존’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음에도 이를 다루는 토론회는 한 번도 없었다”며 “아동이 환대받는 사회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모든 사람이 환대받는 사회일 것이다. 서로를 환대할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시민적 합의가 자리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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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강신범 교육연수생 zach03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