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에도 대응하도록 개발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10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소 예방접종실을 찾은 시민이 백신을 맞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6일 뒤 뇌출혈 증상으로 사망한 30대 남성의 아내에게 정부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사망 당시 34살인 ㄱ씨의 배우자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망인의 사망과 이 사건 백신 접종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지난 7일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ㄱ씨는 2021년 10월22일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이틀이 지나, 왼쪽 팔에서 통증을 느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4일간 혼수상태로 있다가 숨졌다. ㄱ씨는 백신을 맞기 전까지 건강했고 별다른 신경학적 증상이나 과거 병력도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본 ㄱ씨의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ㄱ씨의 뇌에서는 확장된 혈관으로 이루어진 혈관성 종양인 ‘해면상 혈관종’이 발견됐다. 이에 정부당국은 화이자 백신을 맞고 뇌출혈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ㄱ씨가 국가의 보상대상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ㄱ씨의 아내 쪽은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밝혔다”며 “남편은 이 말을 신뢰하고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정부 처분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 후 어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백신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 접종으로 ㄱ씨가 사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백신 접종 후 비로소 이상증상이 생겼다면 막연히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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