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한 시민이 이날 오전 결정된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620원)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9620원에서 240원 오른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2.5%)은 코로나19 시기이던 지난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월 209시간 노동)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올해(201만580원)보다 5만160원을 더 받게 된다.
지난 2019년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2.87%→1.5%→5.05%→5.0%로, 지난 2021년도 1.5%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추산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산 물가상승률은 3.4%, 기획재정부 추산 물가상승률은 3.3%이다. 이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2.5%)에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되어 있다. 오른쪽은 박준식 위원장. 연합뉴스
온라인에서는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질임금 하락이다” “경제성장률보다 낮은데 이걸 올랐다고 해야 하냐” “말이 2.5%지 겨우 240원…체감 물가는 엄청 올랐는데” “차라리 최소한 물가상승률이랑 연동 되게라도 법으로 고쳐야지”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전기·수도·가스요금은 물론 지하철·버스요금 등 올해 공공요금이 잇달아 인상된 가운데, 이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버스, 가스, 전기, 상하수도, 물가 다 대폭 오르는데 최저임금은 쥐꼬리다. 못 살겠다” “전기요금, 가스비, 식비 오른 거만큼은 올려야 하지 않나. 교통비도 올랐는데 국민은 참고 살란 것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임위 표결 결과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쪽 손을 들어주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만원의 벽은 높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애초 사용자 쪽은 올해와 같은 9620원을, 노동자 쪽은 올해보다 2590원 많은 1만2210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후 11차례 수정안을 거쳐 노동자 쪽은 지난해보다 4% 오른 1만원을, 사용자 쪽은 2.5% 오른 9860원을 내놨다. 노사가 자율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최종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사용자 쪽 안 17표, 노동자 쪽 안 8표, 기권 1표로, 사용자 쪽 안으로 최종 결정됐다.
최임위는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고공 농성하다가 지난 5월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해촉돼 노동자 쪽은 1명이 부족한 상태로 표결에 참여했다.
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오전 회의를 마친 노동자위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 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임위 결정을 두고 “1만원 벽이 이번에는 정말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결국에는 9860원으로 결정돼 굉장히 안타깝다”며 “최저임금을 결정을 지켜보고 있는 수백만 최저임금 당사자의 근로자들에게 굉장히 송구스럽다는 얘기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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