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사건 1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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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지만, 일부 재판관은 이 장관의 늑장 대응과 부적절한 발언 등을 근거로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25일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의견에서 “(이 장관은) 사건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지휘소 도착까지 85∼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전념성 내지 상황 해결에 대한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며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해 행안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3명의 재판관들은 “(이런 행위는)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가공무원법 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재 결정문을 보면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10월29일 밤 11시20분께 ‘소방대응 2단계’ ‘심정지 환자 약 30명 추정’ 등의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를, 11시21분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구급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의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10분이 지난 11시31분에야 박용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의 전화를 받고 ‘현장 상황 신속 파악, 행안부 필요조치 즉시 시행’을 지시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운전) 비서가 오기를 기다려 현장으로 늑장 출발한 탓에 이 장관은 현장 지휘소에 사건 발생 이후 105분이 지난 10월30일 오전 1시5분에야 도착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또 참사 이후 이 장관의 잘못된 발언들이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국가공무원법 63조 위반)시켰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참사 원인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했는데, 4명의 재판관은 이 장관의 발언이 근거가 없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국정조사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아닌지’ 물음에 ‘주관 기관은 없다’고 답했는데, 이를 “책임 회피”와 “국민의 혼란”을 일으킨 “품위 손상행위”로 규정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내어 “피청구인(이상민)이 한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다”며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고 기대하는 일반 국민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