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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허벅지까지 침수…잠든 80대 업어 구조한 ‘동네 경찰’

등록 2023-07-26 16:10수정 2023-07-26 17:40

이천경찰서 장호원파출소 고재중 경감
귀 어두워 대피방송 못 들은 어르신 구해
경기 이천경찰서 장호원파출소 고재중 경감이 15일 침수된 마을에서 독거노인을 구조하는 모습. 동료 경찰관에게 촬영된 영상. 경기남부경찰청 유튜브 영상 갈무리
경기 이천경찰서 장호원파출소 고재중 경감이 15일 침수된 마을에서 독거노인을 구조하는 모습. 동료 경찰관에게 촬영된 영상. 경기남부경찰청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일단 살고 보자, 무조건 업었죠. 저도 시골에 어머니가 홀로 계셔서 홀로 계신 분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15일 0시15분께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저지대 마을. 연일 내린 비로 마을이 침수돼 성인 남성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독거노인들이 있다는 마을 이장 말에 이천경찰서 장호원파출소 고재중 경감은 팀원들과 함께 집 문과 창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구조에 나섰다.

‘할머니!’ 다급하게 돌아가는 바깥 상황은 전혀 모른 채 불이 꺼진 집 안을 향해 고 경감이 외쳤다. 집 안에는 귀가 어두워 대피방송도 듣지 못한 80대 노인이 혼자 자고 있었다. “지금 물이 넘쳐가지고 피하셔야 된다”는 고 경감의 말에 할머니는 “정말로?”, “아휴 어떡해” 하며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집 앞마당은 이미 ‘물바다’가 된 상황. 이에 고 경감은 현관문을 나선 할머니에게 “(나에게) 어서 업히시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왜인지 업히는 것을 망설였는데 알고 보니 경찰관에게 미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할머니는 고 경감에게 업힌 뒤에도 재차 “미안해”라고 말했다.

고 경감은 “(물이) 허벅지까지 차서 (할머니는 혼자) 못 가셔서 그렇다. 할머니가 미안할 게 뭐가 있냐”며 할머니를 안심시키려는 듯 일부러 웃음을 보였다. 이날 40여분간의 구조 작업으로 독거노인 5명을 포함한 마을 주민 30여명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김경희 이천시장이 25일 장호원파출소를 방문해 독거노인과 마을주민을 구한 고재중 경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천시 제공
김경희 이천시장이 25일 장호원파출소를 방문해 독거노인과 마을주민을 구한 고재중 경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천시 제공

이 같은 상황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 20일 고 경감의 바디캠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6일에는 고 경감 인터뷰 영상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고 경감은 “일주일 내내 비가 왔고 (15일에는) 순식간에 물이 늘어났는데 (주민들은) 다 주무시고 계셨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시골에 혼자 사는 어머니가 있다는 고 경감은 “막 (집 문 등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며 “안전이 최우선이고 일단 살고 보자(는 생각에) 무조건 업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희 이천시장은 전날 장호원파출소를 방문해 고 경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김 시장은 “허벅지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헤치고 시민 한 분 한 분의 생명을 지켜 낸 고 경감의 의로운 행동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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